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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태원 참사 ‘원인조사’ 외면한 행안부, 재난 주무부처 맞나

등록 2023-01-24 18:13수정 2023-01-25 02:09

설날인 22일 오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녹사평역 앞 광장에서 희생자 유가족, 친척과 친구들이 설을 맞아 평소 고인들이 좋아했던 음식들로 상차림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설날인 22일 오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녹사평역 앞 광장에서 희생자 유가족, 친척과 친구들이 설을 맞아 평소 고인들이 좋아했던 음식들로 상차림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행정안전부가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의 ‘재난원인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이 24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참사 발생 직후부터 시종일관 책임 회피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유사한 재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조사마저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재난·안전 주무부처로서 역할을 방기한 거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책무를 이토록 가볍게 여겨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난원인조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제69조에 규정돼 있는 제도다. 행안부 장관이 재난이나 각종 사고의 발생 원인과 재난 대응 과정에 관한 조사·분석·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재난 분야 위기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재난이나 사고의 원인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제도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유사한 재난·사고의 재발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절차다.

행안부는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재난원인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행안부가 그동안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 별개로 재난원인조사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한겨레> 취재 결과, 행안부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총 31건의 재난원인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개중 상당수가 검경 수사가 이뤄진 재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난대응체계에 대한 점검과 제도 개선 등에 방점을 두는 정부 차원의 재난원인조사와 법적 책임만을 따지는 수사는 성격이 다르다. 수사가 재난원인조사를 건너뛰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더욱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 수사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은 비켜간 ‘꼬리 자르기 수사’로 일단락이 된 상태다.

행안부가 재난원인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에 관한 사무’(정부조직법)를 관장하는 행안부의 수장으로 이태원 참사에 누구보다 책임이 큰 이상민 장관이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조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행안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해체 뒤 유가족을 돕겠다며 전담지원단을 만들어놓고도 2차 가해에 사실상 손을 놓는 등 유가족 지원을 외면해왔다. 이래서야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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