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대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방안 및 금융부담완화대책 민당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걸러지지 않은 데 대해 국민적 공분이 들끓지만, 책임선상에 있는 공직자들의 뻔뻔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일차적 인사검증 기구인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통솔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8일 “제가 정무적인 책임감을 느껴야 되는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엔 “아니다”라고 잘랐다. 말로는 책임감 운운하면서 실제 책임은 지지 않겠다니 국민을 우롱하는 건가.
한 장관은 “구조적으로 지금 (인사검증) 시스템이 걸러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권한 집중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에 대규모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더니 이제 와서 구조적 문제니 시스템 결함이니 핑계를 대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또 한 장관은 인사검증을 과거의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부로 이관하면서 국회·언론의 감시가 가능해졌다고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인사정보관리단은 거꾸로 국회와 언론의 질문에 일체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또 한 장관은 인사검증 기능의 법무부 이관을 자신에 대한 권한 집중보다는 책임 강화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국회 답변에서는 “(인사검증 실패로) 국민적인 지탄이 커지면, 제가 다른 종류의 책임을 져야 될 상황도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인사검증 사고가 터지자 책임 문제는 비켜 가려 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대국민 사과와 책임자 문책은커녕 “문제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시정하는 노력을 했다”며 자화자찬까지 하고 있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국가의 실패를 보여준 이태원 참사에서도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 수뇌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번 인사 실패에 대해서도 주무 장관인 한 장관과 경찰 수뇌부, 대통령실 인사 라인 등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 ‘책임 정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부다. 국민보다 대통령 측근이나 검사 출신 공직자들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 국정 행태다. 이런 ‘끼리끼리 국정’을 고집하면, 갈수록 더욱 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