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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국산 전기차만 보조금 준 미국, 냉정한 외교 더 절실

등록 2023-04-18 18:31수정 2023-04-19 02:39

미국 에너지부가 공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미국 에너지부가 공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미국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이후 마련한 세부 지침에 따라 이른바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22개 차종을 1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모두 미국 업체가 생산하는 전기차이거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다. 그동안 미국 정부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예상된 일이긴 하지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철저히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미국의 태도를 확인하게 했다.

보조금은 전액 지급할 경우 7500달러다. 올해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 가운데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쓴 것은 3750달러,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것으로 40% 이상 쓴 것은 3750달러를 준다. 현재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차는 테슬라와 지엠 등의 미국 차들뿐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차와 기아가 생산하는 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 못 됐다.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올해 3월부터 생산하는 GV70은 최종 생산지 조건을 충족하지만, 배터리가 중국산이어서 제외됐다. 현대차는 2025년 완공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때까지 보조금을 못 받게 됐다. 기존 보조금 지급 대상이던 일본과 독일 회사의 전기차도 새 기준이 적용되면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성장하는 북미 시장에서 수혜를 보려고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미국은 중국의 세계 1위 배터리업체 닝더스다이(CATL)가 포드와 기술 제휴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길을 열어줬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고 우방과 협력해 새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말은 하면서도,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우방에 대한 배려가 희박한 미국의 움직임에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미국 내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법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세부적인 보조금 신청 요건을 보면, 기술 및 영업 비밀 유출 가능성이 큰 미 국방부 등 국가안보기관의 접근 허용과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이 담겨 있다. 요건 충족을 위한 비용·부담과 보조금이 균형을 이뤄야 우리 업체가 미국 내 제조시설을 짓는 게 의미가 있다. 반도체는 전략산업 가운데서도 핵심이다. 정부가 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달 말 미국을 국빈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이런 부분을 심도 있게 협상해 그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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