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여의도 당사 앞에서 ‘노인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솔한 언행으로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킨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결국 고개를 숙였다. 내년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 파장을 가늠할 수 없게 된 민주당도 당 지도부가 연신 사과의 뜻을 밝히며 뒷수습에 나섰다. 급한 불을 대신 꺼달라고 특별히 초대받은 사람이 되레 다른 불을 내는 바람에 집주인이 직접 불을 끄러 다니는 형국이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제 발언으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지 나흘 만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가끔 막말로 뜻하지 않게 상처 주는 발언이 나와 저희도 당황스럽고 안타깝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혁신위가 주최한 청년 간담회에서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 평균 연령에서 여명(남은 수명)까지 비례해서 투표해야 한다”는 중학생 시절 아들의 말을 소개하며 “되게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이들과) 일대일 표 대결을 해야 하나”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평균 연령에 견주어 여명이 짧게 남은 노령층의 투표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며 정치권 중심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청년 간담회라는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헌법의 ‘보통선거’(성인 1인 1표) 원칙을 부정하고 ‘제한선거’에 찬성하는 듯한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 제때 사과도 하지 않았다. 혁신위는 사과를 공식 거부하는 오만한 태도로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양이원영 의원이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동조하며 기름을 부었다. “60대 이상은 투표 안 해도 괜찮다”(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는 등 과거 노인 폄하 발언으로 큰 선거 때마다 타격을 입은 흑역사를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김 위원장의 설화는 반복된다는 문제가 있다. 앞서도 비주류인 이낙연 전 대표 쪽만 콕 집어 “당내 계파 정치는 부적절하다”고 말해 강한 반발을 샀다. 초선 의원 간담회에선 ‘코로나 초선’이라고 대놓고 말했다가 비판받았다. 민주당을 바꿀 혁신 작업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잦은 구설을 일으켜 오히려 짐이 되는 상황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혁신위 자체가 입지와 동력을 잃고 민주당의 혁신도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더 늦기 전에 혁신위를 만든 ‘초심’을 되새기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