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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심 깔아뭉갠 ‘우병우표 개각’

등록 2016-08-16 17:45수정 2016-08-16 18:50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실시한 개각은 4·13총선 패배 이후 넉 달 만에 나온 내각 개편이다. 국정운영 쇄신 등 총선에서 분출된 민심을 반영해 새로운 내각 진용을 선보이는 게 상식이자 국민에 대한 예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런 기대를 철저히 외면했다. 개각의 규모나 내용 모든 면에서 고민의 흔적도 반성의 기미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더욱 심각해진 박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의 모습을 다시금 확인할 뿐이다.

국가와 정권이 처한 총체적 난국에 비춰 보면 지금은 거의 ‘조각’ 수준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 보를 양보하더라도 대북 외교 실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졸속 결정 등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외교·안보 진용의 일대 수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오불관언이다.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되던 중차대한 시각에 백화점에서 쇼핑인지 옷 수선인지를 했다는 정신 나간 주무 장관(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사드 배치는 일개 방공포대 배치 문제인데 주변국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무개념 발언’으로 한-중 관계를 더욱 꼬이게 한 장관(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그대로 살아남았다. 게다가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문제, 제 11공수특전여단의 광주 시가행진 계획 등 끊임없는 돌출행동으로 국민 분열과 갈등 조장에 앞장서온 박승춘 보훈처장이 유임된 대목에 이르면 할 말을 잃는다.

이번 개각은 찔끔 개각, 돌려막기 개각, 지역 편중 인사 등 ‘나쁜 개각’의 종합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 정권 들어 장관이 벌써 두 번째다. 한때 그를 ‘여성문제 전문가’로 칭송하던 청와대는 이번에는 ‘문화예술 창달의 적격자’로 떠받든다. 하지만 실상은 총선에서 탈락한 ‘대통령 총애 친박계 인사’에 대한 자리 배분의 성격이 더 짙다. 이 정권의 편중 인사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탕평 인사, 균형 인사, 소수자 배려 인사”를 건의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러나 개각 내용을 보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경북 영양), 조경규 환경부 장관(경남 진주) 등 장관 자리는 여전히 특정 지역의 독차지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이번 개각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증을 담당한 ‘우병우표 개각’이라는 점이다. ‘비리 의혹 백화점’이 장차관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검증한 것은 코미디인가 아니면 비극인가. 본인의 각종 비리 의혹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우 수석의 ‘철면피 기준’이 적용돼 검증이 이뤄졌다면 이 후보자들의 도덕성은 보나 마나이고, 만약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풍 해라’는 기준을 적용했다면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다. 박 대통령은 이런 식의 찔끔 개각을 하느니 차라리 우 수석 한 명만 교체하고 끝나는 것이 나았다. 그렇게 했으면 최소한 ‘비리 수석 검증 내각’이라는 꼬리표라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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