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가 지난 4월27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터에 놓여 있다. 성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논의가 ‘보고 누락’ 파문에 이어 ‘전략 환경영향평가’라는 또다른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현재 진행중인 사드 관련 한국 정부의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라는 입장을 설명했고, 매티스 장관도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고 누락 파문을 외교적 사안으로 비화시키지 않겠다는 양국 입장이 일치한 것이다. 그러나 매티스 장관은 “사드의 한국 배치는 실질적 문제”라고 말해 배치 철회 뜻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이전부터 사드와 관련해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미 정상회담 조율차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일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하려면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드 부지에 대해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계획 단계에서 부지를 취득할 때 실시하며, 사계절 환경 특성 조사와 주민공청회를 포함해 최소 1년이 걸린다. 그러나 국방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이달 중에 마무리하는 방침을 추진해왔다. 국방부는 ‘사드 부지 면적이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되는 33만㎡ 이하’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국방부가 미군에 제공하는 성주골프장 부지 규모를 32만㎡로 맞춘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는 그동안 기술·비용·환경·외교적 측면 등에서 숱한 마찰을 빚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보다는 ‘밀실 결정’과 ‘기습 반입’ 등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여 여론 악화를 스스로 부채질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받고 국내 논의 절차를 거치는 것은 사드 도입 결정 전에 건너뛴 것을 이제라도 뒤늦게 되짚어가는 과정이다. 늦었더라도 정상화 궤도를 다시 밟아야 한다.
한-미 두 나라 군은 ‘연내에 운용하겠다’며 전략 환경영향평가에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한반도는 군사작전 지역으로만 구성돼 있지 않다. 사드 배치는 군사적 목적만 충족되면 다른 사안을 무시해도 되는 게 아니다. 서두르지 말고 이제라도 국민적 동의 절차를 제대로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