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GM) 미국 본사가 한국지엠의 군산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13일 발표했다. 5월 말까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직원 2천명의 구조조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한국지엠은 “본사가 현재의 생산설비 등을 모두 유지한 채 회생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경영난 극복을 위한 첫 자구 노력으로 군산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군산 공장은 한때 생산량이 연간 8만대에 이르렀으나 판매 부진으로 2016년 이후 3만대로 급감했고 직원 수도 3500명에서 2천명으로 줄었다. 공장 가동률은 최근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엠은 경영정상화 문제를 놓고 한국 정부와 협의 중에 있었다. 우리 정부는 지엠이 종합적인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면 이를 토대로 지원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엠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엠이 국내 4개 공장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인 군산 공장 폐쇄 카드를 불쑥 꺼낸 것은 우리 정부를 압박해 최대한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노동자의 일자리와 군산 지역경제를 볼모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다.
지엠도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해외사업부문 사장인 배리 엥글은 “한국지엠과 주요 이해관계자는 한국 내 사업 성과 개선을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지엠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이해 관계자와의 지속적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중대한 결정’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사실상 협박을 한 셈이다.
한국지엠의 경영난은 전적으로 지엠의 경영 실패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누적 적자가 3조원에 이른다. 지난해엔 판매가 12%나 감소했다. 지엠은 글로벌 사업 재편이라는 명분으로 한국지엠의 수출 물량을 줄여놓고 이를 대체할 차종을 배정하지 않았다. 또 한국지엠과 지엠 본사 간의 비정상적인 거래가 적자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사와의 거래에서 한국지엠이 손해를 보면서 이익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엠은 그동안 철수설을 끊임없이 흘리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섣불리 지원에 나서면 안 되는 이유다. 한국지엠에 대한 철저한 실사를 통해 경영난의 원인과 실상을 명확히 밝혀내고 경영정상화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지엠이 자금 지원만 받고 한국에서 철수하는 ‘먹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경제 전체에 돌아오게 된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 군산 공장과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한 실업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이어 지엠 공장까지 문을 닫게 돼 군산 시민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지역경제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신속하고도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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