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해온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관련 국회선진화법 위반 사건이 10일 검찰로 넘어갔다. 수사준칙에 따라 검찰이 지난달 27일 서면으로 송치하라고 지휘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소환에 불응해 경찰이 조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불법 사보임에 관련된 문희상 국회의장 등 관계자를 먼저 소환조사 해야 한다”며 당분간 검찰 소환에 응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이 사건은 날치기와 국회 폭력을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도입한 국회선진화법을 짓밟은 ‘폭거’였다는 점에서 나 대표의 이런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수사 주체가 어느 기관이건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관련 사건들을 수사 중인 상황에서 이번엔 한국당 의원 상당수가 기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까지 맡게 됐다.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야 함은 물론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검찰에서 이첩돼온 17건 등 고소·고발 사건 18건을 이날 서울남부지검으로 넘겼다. 경찰은 피고발인 121명 가운데 의원 98명을 포함한 108명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한국당 의원 59명은 일체 불응했고 이 중 31명은 3차 소환도 거부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한 강제추행 등 4건은 무혐의 의견으로, 나머지 14건은 의견을 달지 못한 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에 고발된 사보임 관련 사건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고 한국당의 소환 불응으로 더 이상 경찰 수사 진행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란 게 경찰 수사 관계자 설명이다. 그럼에도 검찰에 접수된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가 수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검찰이 다시 가져간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검찰 ‘수사 의지’의 배경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수사가 진행되면 영상물 증거까지 확보된 상태여서 의원을 감금하고, 국회 의안과 사무실까지 점거하며 회의 진행을 대놓고 방해한 의원들은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검찰개혁의 주요 국면마다 검찰은 국민의 박수를 받는 대형 사건 수사로 개혁의 칼날을 피해왔다. ‘윤석열 검찰’은 여야 모두 엄정하게 수사하되 ‘검찰 정치’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처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