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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홍콩 당국의 언론자유 탄압을 비판한다

등록 2020-08-11 17:58수정 2020-08-12 02:13

중국에 비판적인 홍콩 언론 <핑궈(빈과)일보> 설립자인 지미 라이가 10일 아침 자택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에 비판적인 홍콩 언론 <핑궈(빈과)일보> 설립자인 지미 라이가 10일 아침 자택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당국이 중국 당국에 비판적 보도를 해온 <핑궈(빈과)일보>의 설립자인 지미 라이(71)와 그의 두 아들, 신문사 임원들을 10일 국가보안법 혐의로 체포하고 신문사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청년 정치인 아그네스 초우를 비롯한 민주 진영 인사 여러명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입법을 강행한 이후 많은 이들이 우려하던 홍콩의 언론 자유와 민주 진영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체포된 지미 라이는 중국 광둥성 출신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의류업체 지오다노를 설립한 성공한 기업인이었으나, 1989년 중국 당국의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을 목격한 뒤 핑궈일보 등을 창간해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보도를 해왔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 홍콩 당국은 그를 체포하면서 보안법에 규정된 ‘외세와의 결탁’ 혐의를 적용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그를 “현대판 매국노”로 비난하고 있다.

지미 라이는 자택에서 체포된 뒤 수갑이 채워진 채 사옥으로 끌려와 신문사 압수수색을 지켜봐야 했다. 핑궈일보가 생중계한 영상을 보면 200여명의 경찰이 편집국에서 기자들의 자료 등을 뒤졌고 30개 상자 분량의 자료를 압수해 갔다고 한다. 홍콩에서 언론사 발행인이 체포되고, 언론사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6월30일 밤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홍콩 당국은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학생들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민주 진영 인사들의 입법회 선거(총선)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또 9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를 일방적으로 1년 연기했다. 언론 자유 침해를 우려한 <뉴욕 타임스>는 홍콩 사무소 일부를 서울로 이전했다. 홍콩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홍콩 시민들의 힘겨운 노력이 이런 비극적 상황으로 몰리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중국이 홍콩 반환 때 약속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는 이미 무너졌고, 공안 정국의 공포가 홍콩을 뒤덮고 있다.

11일 아침 홍콩 시민들이 전날 설립자가 체포되고 사옥이 압수수색을 당한 &lt;핑궈(빈과)일보&gt;를 사기 위해 가판대에 줄을 서 있다. 시민들이 이날 &lt;핑궈일보&gt;를 지지하기 위해 신문을 대거 구매하면서 이 신문은 평소 7만부의 5배인 35만부를 발행했다가 추가로 20만부를 더 인쇄했다. 홍콩/AP 연합뉴스
11일 아침 홍콩 시민들이 전날 설립자가 체포되고 사옥이 압수수색을 당한 <핑궈(빈과)일보>를 사기 위해 가판대에 줄을 서 있다. 시민들이 이날 <핑궈일보>를 지지하기 위해 신문을 대거 구매하면서 이 신문은 평소 7만부의 5배인 35만부를 발행했다가 추가로 20만부를 더 인쇄했다. 홍콩/AP 연합뉴스

11일 “핑궈는 계속 싸울 것이다”라는 제목을 1면에 담은 핑궈일보는 평상시의 8배인 55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홍콩 시민들이 뜻을 모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중국과 홍콩 당국이 시민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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