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이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의 정무위 사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을 둘러싸고 이해충돌 논란이 뜨겁다. 윤 의원은 2015년 삼성물산 사외이사로 있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토대가 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 합병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데도 앞장서, ‘합병의 공신’으로 불린다고 한다. 정무위에선 삼성의 이해와 직결되는 법안이 논의된다. 그가 정무위에서 활동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스스로 정무위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이원욱·박용진·이용우 등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삼성 합병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 윤 의원이 정무위 위원으로 삼성 관련 법안과 사안을 다루는 것은 공직자 이해충돌 측면에서 상당히 부적절하다”며 사임을 촉구했다.
윤 의원은 2015년 5월 합병 비율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소액주주들이 반대하는데도 합병에 찬성했다. 경영진을 감시·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거수기’로 전락한 부끄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검찰은 최근 불법 합병 등의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 등을 기소했다.
정무위는 이용우, 박용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과 주식의 가치를 취득 당시의 원가에서 현재 기준의 시가로 바꿔 평가하는 내용이다. 현재 보험사는 보유 주식을 취득원가로 계산해, 총자산의 3%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8.5%)의 가치는 취득원가 기준으로 5천억원대에 불과하지만, 시가 기준으로는 30조원을 넘는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3%를 초과하는 20조원어치를 처분해야 한다.
삼성전자 지분은 이 부회장의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다른 금융법에서는 보유 주식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는데 유독 보험업법만 취득원가로 하고 있어, 그동안 ‘삼성 특혜설’이 끊이지 않았다.
윤 의원은 “검찰이 합병 사건과 관련해 기소하지 않았고, 사외이사도 이미 그만뒀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회법 48조는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을 때”는 특정 상임위 선임을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다주택 고위공직자는 부동산 관련 업무나 국회 상임위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국회의원이 이해충돌 위험을 스스로 회피하는 것은 법 이전에 기본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