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록 ‘전국민 재난지원금’ 문제에 묻혀 잘 조명되진 않았지만, 지난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첫 회동은 정치개혁 과제와 여야 협치에 있어 여러가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21대 총선 때 ‘위성정당’이라는 기형적 정당을 낳았던 선거법을 개정하고, 재외국민 투표 기회를 확대하고, 지구당을 부활시키자는 데 공감한 것이다. 21대 총선 이후 줄곧 냉기만 흘렀던 여야 대표가 티브이(TV) 공동토론 등을 약속하며 협치를 다짐한 것도 오랜만이었다.
이날 합의 사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한 선거법 개정이다. 이날 만남에서 이 문제를 먼저 제기한 건 이준석 대표였다고 한다. 이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과정에서 불거진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송 대표도 ‘원래 선거법 개정 취지에 맞게 다시 논의해 내년 지방선거 전에 법안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어 두 사람은 조만간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난 2019년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법안 논의과정에서 사실상 누더기가 됐다. 애초 취지는 표의 비례성을 살려서 득표율보다 과대 대표된 거대 양당의 몫을 줄이고, 과소 대표된 소수 정당 의석을 늘어나게 하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지역구 의석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의석수를 재편하기로 한 논의 등은 사라졌고 지역구 의석수는 현행 253개로 유지했다. 나머지 비례대표 47명 중 30명에게 정당 득표율에 따라 연동률 50%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고 여기에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으로 응수하면서 결국 두 거대정당이 비례대표를 싹쓸이하는 결과를 낳았다. 선거법 개정 취지를 후퇴시킨 두 정당의 대표가 법 개정을 약속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미 연동형 비례대표제 악용을 통해 이득을 누린 두 정당이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고 순순히 법 개정 논의에 동참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지구당 부활 문제는 지난달 17일 두 대표의 상견례 자리에서도 공감대를 이뤘던 사안이다. 송 대표는 전날 만찬에서도 “원외위원장은 사무실도 못 내고, 후원회도 만들지 못하고 실제 현실과 너무 유리돼 있다’며 지구당을 되살려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현행 정당법상 정당의 법적 기구는 중앙당과 특별시당, 광역시당, 도당으로만 제한된다. 지구당과 지구당 후원회는 지난 2002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차떼기 사건’의 여파로 이른바 ‘오세훈법’에 따라 폐지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현역 국회의원에게만 후원회가 허용되는 바람에 원외위원장에겐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한 민주당 원외 지역위원장은 <한겨레>에 “지역위원장이라면 원내든 원외든 당연히 정치활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현역 의원만 사무실을 내고 활동할 수 있는 기형적 상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외 지역위원장도 “모든 지역위원회는 사실상 정당 기초조직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법과 현실의 괴리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8년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 원외 정치인도 정치후원금 모집과 지구당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20대 국회에선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밖에도 두 사람은 재외국민투표 방법 개선에도 합의했다. 현재 국화엔 투표소 숫자를 확대하거나 우편투표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송 대표가 여야 대표의 티브이(TV) 토론과 모임 정례화 등을 제안하자 이 대표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도 눈에 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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