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검찰의 신작소설이 완성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그 이전에 대장동 시리즈물, 성남에프시(FC) 시리즈물, 이런 거에 이어서 신작을 내놨는데 그 이전 시리즈물도 형편없는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최소한의 개연성도 찾기 어렵습니다.”
6일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회 회의 뒤 이재명 대표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발 ‘방북 송금’ 수사를 놓고 검찰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2019년 1월17일 김 전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와 통화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는 자신이 그날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제가 그날 재판받는 걸 뻔히 알면서 부지사가 그런 전화를 바꿔줬겠냐”고 반문했다. 보통 최고위 회의 뒤 백브리핑을 기다리는 기자들이 질문을 던져도 침묵해온 이 대표가 자청해 입을 열고 방어에 나선 것이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김성태 건과 관련해 반격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방법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최근 검찰에 나가 직접 조사를 받으며 공세적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우호적 평가가 나오자 태세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 안에선 “지금 당장은 그럴 때가 아니다”란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당론 채택을 앞두고 당 전체가 신경을 곤두세운 상황이었던 까닭이다. 이런 취지에서 지도부는 회의 막바지에 “오늘은 김성태 건은 브리핑하지 말자. 더욱이 이 대표가 직접 언급하진 말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이 대표 수사 문제가 부각되면, 자칫 이 장관 탄핵안이 묻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에 동의하고도 회의 뒤 상의 없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자, 회의에 참석한 이들 사이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장 당내에선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을 힘있게 끌어가야 할 이 대표가 수사 방어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렸던 이상민 장관 탄핵 소추안을 추진하는 데 당력을 다해야 하고, 참사 유가족 분향소 철거문제 대응도 중요한 터에 이 대표가 사안의 중요도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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