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1월 임시국회 내 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노동자에게 파업으로 인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오랜 표류 끝에 오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된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이후 사쪽이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노조 활동을 옥죄는 회사의 무분별한 손배소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지만, 그동안 여당은 국회 상임위 차원의 심의조차 가로막으며 어깃장을 놓았다. 노란봉투법을 정기국회 주요 과제로 꼽았던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세부사안을 조율 중이다.
“노란봉투법은 반헌법·반국가적”…입 막은 여당
“어디 가시지 마시고요.”(윤건영 법안심사소위원장 직무대리) “갑니다.”(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아까는 밤새 (토론)하시자면서요.”(이수진 민주당 의원) “반대하러 왔다고요. 아니, 야당 위원님들 밤새시라고.”(임이자 의원)
지난해 12월26일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 비공개 회의록에 기록된 장면이다. 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정부·여당의 관심 법안인 근로기준법 개정안(30명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 근로제) 심사를 마치자 “노조법 2·3조는 헌법을 부정하는 반국가적인 법안”이라며 심사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지난해 11월30일 민주당 소속인 김영진 소위원장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소위에 상정한 뒤 3차례 회의에서 여당은 번번이 논의 자체를 봉쇄했다.
앞서 재계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위헌 시비를 걸고 윤석열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단독 처리를 위한 조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최대한 당내 이견이라도 좁혀 노란봉투법 입법에 속도를 내자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한 쟁의행위만 합법 파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민주당 환노위원들 사이에서는 여기에 사쪽의 단체협약 미이행이나 정리해고 등에 대한 쟁의행위까지 면책 범위에 넣어 부당한 손배소를 막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애초 노동계 출신인 이수진 의원(비례) 등은 노조 의사결정에 따른 경우 ‘폭력·파괴 행위로 따른 손해’도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담았지만 여론을 고려해 한발 물러섰다.
남은 난제는 노조법 2조의 사용자 범위 확대다. 앞서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 원청 회사를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달 12일 노란봉투법 취지대로 원청 회사인 씨제이(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첫 판결을 내렸다. 민주당은 대법원과 하급심 판단을 어디까지 법안에 담아낼 수 있을지 막판 고심 중이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사용자 범위 확대는 큰 틀에서 씨제이대한통운 판례 취지를 존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2조 2항(사용자 범위)과 5항(노동쟁의 범위), 3조(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까지 당내 의견이 많아 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국회 환노위 의석 분포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이다.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오는 15일 환노위 소위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한 뒤 21일 전체회의에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한 환노위원은 “2월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는 올라가야 할 것”이라며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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