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백척간두에 섰다. ‘사법 리스크’ 우려 속에 당권을 거머쥔 뒤 피의자로 수사를 겪은 뒤 16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당 전체가 다시금 그와 정치적 명운을 함께하게 됐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방탄국회’라는 눈총을 피하기 어려운 가운데 민주당 안에선 ‘사법 리스크가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결국 ‘정치인 이재명’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모든 판단의 근거는 총선으로 수렴된다. 당장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이재명으로 총선을 넘길 수 있을지다. 그에 따라 의원들과 이 대표 본인에게 선택의 순간이 올 거다.” 민주당의 한 비이재명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뒤부터 당내에선 검찰 수사에서 한방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튀어나와 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전언’을 넘어선 물증 없이 연일 먼지털기식 수사가 이어지자, 수사·재판 국면이 내년 4월 총선에 미칠 손익을 놓고 정치적 주판알을 튕기는 분위기가 커진 모양새다.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정국에서 예상된 정치적 분기점은 검찰 소환조사와 체포동의안 처리, 기소 시점이었다. 이 대표가 지난달 10일과 28일에 이어 이달 10일까지 검찰에 세차례 출석하면서 당내에선 이 대표 성토보다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당내 비주류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우려해온 이상민 의원도 이날 “검찰의 수사 행태를 보면 별건·마구잡이·찔러대기 수사를 하며 여론전을 펼치는 행태가 미덥지 않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이재명 수사는 정치탄압’이라는 공감대 아래 민주당은 아직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이원욱, 전해철, 기동민, 김종민, 조응천 등 비명계 의원들과 독대하며 비명계와의 스킨십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처리는 민주당으로선 정치적 부담거리다. 민주당은 재적 과반 의석을 가진 다수당으로서 가부를 결정할 수 있다. 부결시킬 경우 ‘불체포 특권에 기댄 방탄’이라는 비판과 함께 중도 민심이 이탈할 수 있고, 가결의 경우 지지층이 들고일어나 자칫 당 전체가 포연에 휩싸일 수 있다. ‘부결’ 분위기가 강하지만 이 대표 스스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길 압박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구속영장이 국회로 넘어오기 전에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서 표결에 대한 중압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소 시점에 이르면 이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당헌 80조를 고리 삼아, 대표직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해온 비명계가 목소리를 키울 거란 전망이다. 다만 친이재명계에선 되레 기소 이후 ‘검찰의 시간’을 넘어 재판에서 검찰과 대등하게 진실을 다툴 수 있다고 본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일방적인 검찰발 기사들을 공개된 법정에서 다툰 기사들이 대체하게 된다. 빨리 기소하는 게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위기 타개를 위해선 결국 이 대표의 판단과 결단이 중요하다는 게 민주당 내부의 중론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공천권을 쥔 당대표를 넘어 현재까지 유일한 차기 주자로서 어떤 선택이 당과 자신을 지키는 길인지 판단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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