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시중은행의 태양광 대출 취급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전반에 부정적인 윤석열 정부 기조가 대출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에 제출한 ‘은행권 태양광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은행권(시중·지방·특수은행 총 15곳) 태양광 신규 대출취급액은 모두 2877억원으로 지난해(9257억원)에 견줘 크게 줄었다. 올해 상반기 대출 취급 건수 역시 지난해(3249건) 3분의1 수준(1109건)으로 줄었다. 신규 대출취급액은 일부 정책자금(한국에너지공단의 전력산업기반기금)이 포함된 금액이다.
태양광 대출 취급액과 건수는 해가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는 추세다.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019년 1조6623억원, 2020년 1조7088억원까지 늘었다가 2021년 1조3049억원으로 줄기 시작한 대출취급액은 지난해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대출 취급 건수도 과거 2020년 6552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상반기 대출취급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은행은 국민은행이다. 상반기 집계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2775억원에서 올해 6월까지 320억원으로 9분의1 가까이 줄었다. 대출 건수도 지난해 801건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 236건으로 급감했다.
은행권 신규 대출취급액이 줄었다는 건 신규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줄었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그중 태양광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정부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재생에너지는 정부의 보급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이 시너지효과를 내며 발전하는데, 태양광 사정 정국으로 금융권 조사까지 이뤄지면서 대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며 “하반기는 그 규모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에서 원전으로 옮겨가는 정부 기조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감사원,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은 일제히 태양광 산업 조사·수사·감사 등에 나선 바 있다. 내년도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이 42.9% 삭감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연체율(원리금 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체율은 평균 0.1%로, 지난해 8월(0.09%)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다. 대출 취급액 감소폭이 가장 큰 국민은행의 연체율은 0.05%에 머물렀다. 올해 6월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35%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권역 연체율과 비교해서 보면 낮은 수준으로, 안정적인 대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은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없이 태양광 사업 전체를 카르텔로 낙인찍어 민간 발전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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