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병준(64) 신임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자신이 자유한국당을 선택해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 17일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당 전국위원회를 열고 국민대 명예교수인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추인 직후 전국위 회의장을 찾아 “한국 정치를 반역사적인 계파 논리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며 “이 작은 소망을 향해서 가겠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의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라고 얘기 말아달라. 잘못된 계파 논쟁과 잘못된 진영 논리 속에서 그것과 싸우다 죽으라고 얘기해달라”고 강조하며 “그렇게 싸우다 죽어서 거름이 된다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계파가 없고 선거를 앞둔 시점이 아니니 공천권도 없어 아무런 힘이 없다”며 “그렇지만 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지탄 속에서도 아직 놓지 않고 있는 (국민들의) 한 가닥의 희망이 제겐 힘”이라고 덧붙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국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정신’을 언급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비대위원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그 쪽 일 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 “그건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참여정부 출신이지만 지금은 대척점에 놓인 상황에 대해 질문을 받자 “대척이라 하지 말고 서로 좋은 경쟁 관계(라고 해달라). 서로 보완하는 관계다”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의결된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이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전국위원회에는 전국위원 631명 가운데 363명이 참석했으며 박수로 비대위원장 선임을 의결했다. 비대위원장 선임은 마무리됐지만 비대위원회의 권한과 기간 등에 대해 당내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상태여서 향후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비대위원 선임을 두고도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오는 24일 상임 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원 선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국위 인사말을 통해 “김 비대위원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맡아 참여정부의 정책 혁신을 주도한 분이자 학자적 소신을 갖고 냉철한 현실 인식과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발휘해 주실 분”이라고 평가하며 “이제 김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의 변화와 혁신, 쇄신의 대수술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치열하게 논쟁하고 날카롭게 비판하되 내부의 화합과 단합에도 각별한 주위를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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