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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노무현 사람·박근혜 총리…김병준, 좌우 오간 정치 15년

등록 2018-07-17 11:59수정 2018-07-17 22:59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누구?
노무현 정부 지방분권 정책 이끌어
2016년 이후 두드러진 ‘보수 행보’
여야 두루 계파색 옅어 비대위원장 단골 후보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1월17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혁신위 주최로 열린 ‘신보수주의 국가개혁 심포지움’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1월17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혁신위 주최로 열린 ‘신보수주의 국가개혁 심포지움’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7일 자유한국당 전국위원회에서 의결된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64) 은 좌·우를 오가는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을 맡으며 ‘노무현 정부의 정책 좌장’으로 불렸던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새 총리로 지명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뿌렸다. 지방선거 참패 뒤 침체일로에 놓인 보수 정당 자유한국당의 키를 잡아 이끌어 갈 새로운 ‘보수’의 모습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경북 고령 출신의 김 비대위원장은 개헌과 지방분권을 강조해 온 학자로, 국민대 행정대학원장을 재임 시절 대선 전 노무현 대통령이 운영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이사장을 맡으며 정계에 인연을 맺었다. 이후 캠프 정책자문단장, 인수위 정무분과위원회 간사를 거쳐 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을 앞장서 이끌었다.

‘탄핵’도 그와 공교로운 인연을 맺은 키워드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된 직후인 2004년 6월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됐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조각 당시 어떤 보직이든 맡길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 8월까지 정책실장을 역임한 뒤에는 교육부총리로 임명됐으나, 현재의 자유한국당인 한나라당이 논문 표절 문제를 제기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사퇴를 압박하자 13일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국민대 교수로 재직하며 사단법인 공공경영연구원 이사장, 사단법인 사회디자인연구소 이사장 등을 지내던 그가 다시금 부각된 것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때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황교안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새롭게 거국중립내각을 이끌 책임총리 후보로 그의 이름이 김종인, 손학규와 함께 등장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개헌’ 이야기를 꺼낸데다, 대통령의 2선 후퇴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11월3일 그는 박 정부의 4번째 총리이자 신임 총리로 지명됐지만,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며 없던 일이 됐다.

지속적으로 정치현안에 대한 발언을 지속해 온 데다 여·야를 두루 아우르고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비대위원장’ 단골 후보이기도 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총리 지명 수락 때 그는 이미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던 상태였다. 당시 안철수 전 대표는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며 당 내 반발을 무릅썼다가 낭패를 봤다. 그가 참여정부 정책실장이던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김두관을 지지하는 등 친문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2007년 정책특보 시절 친노 진영에서 이해찬 후보를 밀고 있는데도, 직접 대선 후보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친노 인사들과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 친노’에서 최근엔 두드러진 ‘우향우’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2016년 총선을 전후해 새누리당 의원 대상 특강을 하는 등 정계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고, 올해 1월에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첫번째 외부 연사로 나서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는 등 두드러진 ‘중도 보수 행보’를 보여왔다. 6·13 지방선거 때는 자유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로서도 하마평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 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제일 먼저 거론된 인사였다.

그를 보는 ‘원조 친노’ 진영의 시선은 따뜻하지만은 않다. 이미 멀어진 인사라는 것이다. 2016년 탄핵 정국 때 총리 지명 소식을 접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그가 수락하면서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17일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지냈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 쪽 일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일갈했다.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김병준교수를 너무나 잘 알기에 한 말씀 드린다. 그쪽 일을 하면서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당신의 그 권력욕이 참 두렵다”고 적었다.

자유한국당의 해묵은 계파 논쟁에서 자유로운 대신, 정통적인 보수 세력으로 보기도 어렵고 당 내 지지기반 또한 없다는 점은 취약점으로 꼽힌다. 그가 17일 자유한국당 전국위원회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익숙하지 않은 호칭이지만,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이라고 호명하며 말머리를 열었을 때 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가벼운 코웃음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러한 ‘불신’을 의식한 듯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한국 정치를 반역사적인 계파논리,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소망이 있다. (…) 저는 아무런 힘이 없다. 계파가 없다. 선거를 앞둔 시점도 아니니 공천권도 없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힘을 갖고 있다. 이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지탄, 그러면서도 아직도 놓지 않고 있는 한가닥의 희망이 제게는 힘이다. 힘들어지고 있는 경제에 대한 실망과 걱정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이 당을 바로 세우고 한국 정치를 바로 세우게 도와달라.”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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