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미애 전 대표한테서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30일 지명된 진선미(51)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동갑)은 정치인 이전에 호주제 폐지를 주장했던 변호사였다. 2005년 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 개정안이 통과하는 데 기여했고 정치권에 와서도 꾸준히 여성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비교적 젊은 50대 초반의 여성 정치인을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 등 최근 여성 관련 이슈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 후보자는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들어온 뒤 행정안전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음란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 서버 폐쇄, ‘불법촬영(몰카) 근절’에 나섰다. 또 영화계 성폭력 방지를 위한 예술인복지법, 지방자치단체의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정기점검 의무를 부과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등 입법 활동에도 주력한 점들이 이번에 발탁된 배경으로 보인다.
정무 감각을 갖춘 재선 의원이란 점도 발탁의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여성 문제는 여가부의 노력만으로 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린 피해자가 고소를 당하는 근거인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여부는 법무부 협조가, 불법촬영 범죄 근절과 관련해선 경찰청 협조 등이 필요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정춘숙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가부 업무는 여러 정부 부처와 다각적으로 협력해야 하는데, 국회와 현장에서 두루 네트워크를 갖춘 진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한 여성단체 인사는 “여가부에 무게를 실으려는 메시지가 읽힌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진 후보자가 “성폭력,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사회적 환경 변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등 실질적인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홍익대 누드모델 사건 편파수사 논란으로 촉발된 대규모 여성 시위,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논란, 미투 운동 등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기대감 때문에 청와대가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에서도 여당 원내수석부대표였던 진 후보자를 내각으로 차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북 순창에서 4남1녀 중 막내딸로 태어난 진 후보자는 1996년 3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특히 1998년 11월 사법연수원을 마칠 무렵 14년을 만나온 6살 연상인 첫사랑과 결혼했지만 당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일화로 유명하다. 변호사가 된 뒤 호주제 폐지 운동에 참여했는데 남편을 호주로 하는 혼인신고를 하기가 내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진 후보자는 2016년 총선을 한달 앞두고 혼인신고를 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대변인, 지난해 대선 문재인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진 후보자는 이날 “여성가족부가 ‘가부장제 이후’의 새로운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 나가고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실현을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규남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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