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9일 법원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건 지난 2017년 1월 이후로 두 번째였습니다. 당시 이 부회장이 받은 혐의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것이었다면, 이번엔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 어떤 불법행위를 했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때부터 지난 3년간 수사는 사실상 계속 이어져 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는 확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월19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법원이 정의를 바라는 국민의 시선,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청산이라는 국민 바람을 외면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 역시 브리핑을 통해 “법원 나름의 고심과 판단을 존중하지만 민심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사뭇 다릅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두 번째 기각됐지만, 민주당은 ‘잠잠’하기만 합니다. 지도부 발언에서도 대변인의 논평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에 대해 누구보다 비판적이던 민주당이 갑자기 왜 변한 걸까요? 3년 전 특검 수사나 지금의 검찰 수사의 핵심도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라는 데는 변함이 없는 데도 말입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 부회장이 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구속까지 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며 “당내에서 이 부회장 구속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서 따로 논평은 내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도부의 또 다른 의원도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삼성을 보는 기류가 과거와는 조금 달라진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삼성이 위기”라는 호소문이 어느 정도 여론에 영향을 미친 걸까요.
시계를 조금만 돌려 2017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7년 1월 “삼성 등 4대 재벌개혁에 집중하겠다”면서 “재벌개혁 없이 경제민주화도, 경제성장도 없다. 단호하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재벌 지배구조 개혁과 관련해 “재벌 총수 일가는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세금 탈루, 사익 편취 등 수많은 기업 범죄의 몸통이었다”며 “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의 ‘침묵’과 관련해 박용진 의원은 쓴소리를 이어갔습니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 건 야당일 때도 여당일 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삼성이란 회사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3년 전과 달라진 건 우리가 여당이 된 건데, 여당이 됐으면 더 책임감을 가지고 공정경제를 세우는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게 여당의 자세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공정경제 만들어가겠다는 것은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김부겸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분식회계와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어떻게 수조 원 부당이득의 무게가 그리 가벼울 수 있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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