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정기전국대의원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당선된 염태영 수원시장(왼쪽부터), 신동근·양향자·김종민·노웅래 의원. 더불어민주당 제공
8·29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전대)의 최고위원 선거 결과에선 권리당원의 ‘막강한 힘’이 여실히 나타났다.
이날 최고위원 선거 결과를 보면 권리당원 득표율에서 1~5위를 기록한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권리당원 투표에서 1위(25.47%)를 한 김종민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선 4위(13.54%)를 했음에도 총득표율 1위로 최고위원에 뽑혔고 2~5위를 기록한 양향자(15.56%), 신동근(13.79%), 노웅래(12.75%), 염태영(9.9%) 후보 모두 당선됐다.
2년 전 전대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 바 있다. 2018년 8·25 전대 당시 최고위원에 당선된 박주민 의원도 대의원 투표에선 3위를 했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27.04%라는 높은 득표율을 얻어 1위로 최고위원에 뽑힌 바 있다. 당시에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1~4위를 한 박주민, 박광온, 설훈, 김해영 의원이 모두 당선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대의원들에게 많은 표를 얻고도 권리당원의 마음을 사지 못해 탈락한 흐름이 두드러진다. 이원욱 후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의원 투표에서 1위(17.39%)를 하고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8명 가운데 7위(6.93%)에 그쳐 총득표율은 6위에 머물렀다. 친문재인 진영의 ‘방계’에 속하는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초기엔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다가 친문재인 성향의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후 노선을 급히 바꿔 ‘문심’에 호소했으나 싸늘해진 권리당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병도 후보 역시 대의원 투표에서는 3위(13.81%)로 상위권에 속했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6위(9.77%)를 해 탈락했다.
즉, 총득표율 반영 비율이 가장 많고(45%) 투표율(92.69%)도 높았던 대의원보다 반영 비중(40%)이 더 낮고 투표율(41.03%)도 낮은 권리당원의 표심이 승패를 가른 셈이다. 민주당 대의원은 당 지도부, 지방자치단체장, 지역위원장 등이 겸하는 자리로 전체 1만6720명에 이르고,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게 자격이 주어지는 권리당원은 총 79만6886명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당내 기반이 확실한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투표에선 조직력 있는 후보가 유리하고, 열성 지지층인 권리당원들에겐 뚜렷한 정치적 색깔을 지닌 후보가 강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대의원 조직표의 경우 후보 순위별로 편차가 크지 않은 반면, 여론의 향배에 민감한 권리당원들은 특정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강했다. 이번처럼 선거운동이 비대면으로 치러져 온라인 기반이 중요해진 상황에선 호오가 뚜렷한 인터넷 여론이 권리당원의 판단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권리당원의 입김이 세진 것을 놓고 일부 전문가들은 ‘확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대선 경쟁력을 생각할 때 친문재인 성향의 권리당원 영향이 지나치게 큰 것이 바람직한 면만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 경선 등 향후 선거에선 새로운 룰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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