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청와대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지방선거 대승을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통과를 밀어붙이자’고 했다”고 밝혔다. 금 의원은 “당시 너무 화가 나 바보스러운 발상이라고 받아쳤다”고도 했다.
금 전 의원은 18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상식의 정치, 책임의 정치’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12월 공수처법 국회 표결에서 당론과 다르게 ‘기권’을 선택했다 당의 징계를 받은 뒤 지난 달 탈당한 금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공수처법 통과 과정의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2017년 가을,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였던 금 전 의원을 찾아온 청와대 직원은 “연말까지 공수처법을 통과시켜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당시 민주당의 의석수로는 야당이 반대하면 공수처법의 법사위 통과가 어려웠기 때문에 금 전 의원은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어떻게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느냐. 야당에 큰 양보를 해서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일을 안 하면서 공수처법이 연말까지 통과되기를 바라는 것은 바보스러운 발상”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금 전 의원의 대답에 청와대 직원은 “우리가 바보인줄 아느냐. 연말까지 공수처법이 통과되지 않을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강력하게 공수처를 추진하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민주당은 개혁세력, 자유한국당은 수구세력으로 보이지 않겠느냐. 그러면 다음 해에 있는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금 전 의원은 이날 강연에서 “기가 막히고 황당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정부·여당이) 공수처법을 진짜 통과시키고 싶은 건지, 정치적 도구로 쓰는 건지 많은 의문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금 전 의원은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그 이슈를 놓고 지루한 다툼을 벌이는 것은 당연히 반대하는 쪽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소위 프레임에 걸리는 것이다”라며 “선거에서 이겨서 정책을 선택할 수 있을 때는 당연히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쓴 약을 삼키는 마음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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