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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휴가 중에도 경찰청장 내정은 우병우 밀어주기?

등록 2016-07-29 15:46수정 2016-07-29 21:17

휴가 중 이례적으로 고위공직자 인사 발표
진경준 검증실패한 우 민정수석이 인사검증 주도
“특별감찰 받는 중에…모양새 나쁘다”
휴가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울산 신정시장에서 상인들과 함께 환히 웃고 있던 28일 오후, 청와대는 이철성 경찰청 차장을 신임 경찰청장에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내정 발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을 통과했다는 얘기다. 진경준 검사장 인사검증 실패와 본인 관련 의혹으로 특별감찰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주도한 인사검증 결과를 대통령이 휴가중에 서둘러 재가한 것이다. 이례적인 휴가중 고위공직자 인사 발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우병우 게이트’ 정국에 대해 여론을 외면한 채 정면돌파 의지를 비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임 경찰청장 발표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다음달 22일로 2년 임기가 끝나는 강신명 경찰청장의 후임 인사를 두고, 민정수석실은 이 내정자를 포함해 치안정감 6명에 대한 인사검증 작업을 벌여왔다. 다만 시기가 공교로웠다. 한 경찰 간부는 29일 “다들 우 수석 문제 때문에 경찰청장 후보자 내정이 늦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랐다. 그것도 대통령 휴가중에 발표를 할지는 몰랐다”며 “더 늦어지기 전에 조직을 안정화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언론이나 밖에서 떠드는 것과 달리 청와대는 아무 문제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청창은 차관급이지만 13만명에 달하는 경찰 조직을 거느리고 있어 일반 차관급과 위상이 다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사·정보·경비 전반에 걸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다루게 된다. 인사를 내더라도 나름의 ‘격’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간 정치권은 물론 보수 진영에서도 우 수석이 앞으로 있을 개각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진경준 검사장 인사검증 실패로 검찰 역사상 첫 ‘검사장 구속 기소’ 사태를 부른 것이나 본인이 각종 의혹으로 ‘특별감찰 1호’ 대상자가 된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 검증을 직접 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휴가중임에도 우 수석이 내민 인사검증 결과에 사인을 해주면서 사실상 우 수석 사퇴 여론에 쐐기를 박은 셈이 됐다.

청와대 경험이 있는 한 새누리당 의원은 “경찰청장 내정자 인사검증은 여러 루트를 통해 이뤄지고 그동안 치안정감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도 걸러졌기 때문에 검증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다. 또 대통령은 휴가중에도 구두·문서 보고 등을 통해 결재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인사검증 책임자인 우 수석이 특별감찰을 받고 있어 모양새와 이미지가 나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만약 이철성 내정자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일부 의혹이 불거질 경우 ‘민정수석실 인사검증 실패’라는 역풍이 또 다시 불 수 있다. 이럴 경우 우 수석을 다시 한번 밀어준 박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거듭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남일 허승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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