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하는 박 대통령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영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회의실 조명에 대해 언급하며 농담을 하자 참석자들이 웃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 (왼쪽에서 두번째)의 표정만 굳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야권을 비판하고, 오는 13일부터 시행되는 기업활력제고법을 통한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데 머리발언 대부분을 할애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우 수석과 관련해 가족회사를 통한 세금 탈루 의혹, 농지법 위반, 아들 병역 특혜, 처가 땅 매매 과정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이후 처음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다. 우 수석이 회의의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한 첫 회의이지만, 박 대통령이 우 수석 거취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우 수석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직무와 관련한 위법사실이 없고 정치공세만 있을 뿐”이라며 “의혹만으로 우 수석이 물러날 이유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우 수석이 민정수석으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 결과를 이달 말께 보고받은 뒤 그의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별감찰관법상 감찰 대상은 우 수석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뒤 저지른 비위들이어서, 현재 제기되는 의혹 대부분은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알맹이가 빠진 감찰 결과를 통해서나마 우 수석에게 ‘면죄부’를 준 뒤, 새로 구성되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의견을 받는 모양새로 자연스레 사퇴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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