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경실련, 와이엠시에이(YMCA), 흥사단, 투명성 기구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우병우 비호 청와대 규탄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의 사과와 우병우 민정수석의 경질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청와대가 한 달 넘게 끌어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를 ‘박근혜 정권 대 부패 기득권 언론’이라는 프레임으로 방향 꺾기를 시도하자, 그 의도와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1일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정부를 만들려는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의 우병우 죽이기”라는 말로 ‘우병우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콕 찍어서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을 언급한 배경을 두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청와대와 유력 언론사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것 아니냐’는 관측에다, 여러가지 구체적인 정황들이 덧붙여져 확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청와대의 ‘반격’ 직후인 22일 남상태(구속기소)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박수환 대표가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조사를 받았다. 유력 언론사 고위 간부의 친형이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를 맡았었는데, 수사의 불똥이 이 언론사 고위 간부로까지 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 건을 비롯해 이 유력 언론사의 직간접적인 ‘약점’들을 청와대가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병우 수석 관련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 역시 이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인 것으로 알려지자 청와대가 초강경 자세로 나오게 됐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해석이다. 이를 두고 영남지역의 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23일 “박 대통령이 부패의 근거를 가졌다는 자신감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의도가 있었더라도 우병우 수석 비리 의혹은 이제 실재하는 별개의 사건이 됐다”며 따로 떼어놓고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새누리당의 한 3선 의원은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설령 언론의 보도 경위가 불순하더라도 그 결과로 우 수석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 수사의뢰까지 됐다. 별개의 사건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쪽도 비리, 저쪽도 비리가 드러났다면 하나를 덮고 갈 것이 아니라 언론사는 언론사대로, 우병우는 우병우대로 수사를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 또 다른 3선 의원은 “우 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가 ‘부패 기득권’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말을 꺼낸 청와대가 먼저 밝혀야 한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데 청와대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했다. 자칫 청와대가 약점을 쥔 채 언론사를 협박하며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양새로 비친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사실관계를 모른다는 전제 아래 “청와대와 대통령이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때처럼 음모론적 관점으로 우 수석 사태를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내우외환이라는 표현이 식상할 정도로 민생과 국가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들은 그런 ‘불순한 의도’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윤 교수는 “어느 정권이든 언론, 대기업, 관료 등 지배블록 내에서는 각종 협상과 밀고 당기기, 권력게임이 항상 있어왔다. 대통령은 권력게임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국정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국민들이 대통령을 걱정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자격을 물어야 할 근본적 의문 앞에 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남일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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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보고있다 #31_금태섭이 말하는 이석수와 우병우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