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이견 못좁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시각)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통령은 “사드는 (중국이 아닌)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과의 “소통과 대화”를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주한미군 배치 방침 공식 발표 이후 한·중 정상이 처음 마주한 자리로 첨예한 사드 갈등을 풀어낼지 관심을 모았으나 양국의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날 항저우 서호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지역 전략 안정에 이롭지 않으며, 각국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사드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힌 뒤 “한반도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관심 사안을 전면적으로 균형있게 해결해야 하며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대해 “한반도에서 북한이 무모한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지력을 가지는 것이 한·중 양국의 공동 이해관계인 한반도 평화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본인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으며,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지 고심하고 있다”고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소통과 대화를 강화함으로써 (한-중) 양국 관계가 구동존이(求同存異·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차이는 남긴다)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化異·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되 이견이 있는 부분까지 공감대를 확대한다)를 지향하여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는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의 ‘천안문 성루 외교’로 새 지평을 여는 듯했으나, 올 들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그에 대응한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을 거치며 1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항저우/최혜정 기자, 김외현 특파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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