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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종전선언, 상징적 의미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등록 2021-09-24 08:38수정 2021-09-24 09:03

문 대통령, 유엔에서 제안 이틀 만에
리태성 외무성 부상 <중통>에 담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가 최우선”
북 인민 접하는 <노동신문>엔 안 실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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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 총회에서 거듭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상징적 의미는 있다”면서도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중통)을 통해 낸 담화에서 “제76차 유엔총회무대에서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 문제가 다시금 부상되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리 부상은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제반 사실은 아직은 종전을 선언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2월과 8월에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와 남한에 대한 미사일지침 종료선언, 남한과 일본에 대한 무장장비 판매 승인 및 호주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 이전을 사례로 들었다.

대외용 매체인 <중통>을 통해 발표된 이번 담화는 북한 인민들의 ‘필독서’인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메시지의 대상과 사안에 따라 발표 창구를 달리해온 북한이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와 입장을 내부적으로는 알리지 않은 모양새다. 게다가 지난달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겨냥해서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과 김영철 중앙위 부장이 잇달아 담화를 낸 것과 비교해볼 때 담화 발표자의 급이 상대적으로 낮다.

리 부상은 이 담화에서 “조선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에로 치닫고 있는 속에 종이장에 불과한 종전선언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철회에로 이어진다는 그 어떤 담보도 없다”며 “조선반도에서 산생되는 모든 문제의 밑바탕에는 예외없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 조치는 ‘도발’로 매도되고 우리를 위협하는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군비증강 행위는 ‘억제력 확보’로 미화되는 미국식 이중기준 또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덧붙였다.

리 부상은 또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하여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며 “미국-남조선(한-미)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북과 남을 끝이 없는 군비경쟁에 몰아넣는 참혹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리는 이미 종전선언이 그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밝힌바 있다”며 “미국의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철회는 조선반도 정세안정과 평화보장에서 최우선적인 순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틀 만에 내놓은 입장에는 부정적 언사가 가득하지만, 리 부상이 담화 앞머리에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장기간 지속되어 오고 있는 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것을 공개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며 “앞으로 평화보장체계 수립에로 나가는 데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전제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않던 북한도 여전히 종전선언의 의미를 주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의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를 거듭 요구한 맥락도 종전선언 채택 여부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 가능하다.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북한의 반응이 핵심”이라고 알려진 가운데 결국 북한이 ‘종전선언은 미국하기에 달렸다’고 답한 셈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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