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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팩트체크] 윤석열 “사드 추가” 근거, 박근혜 정부도 일축했다

등록 2022-02-04 18:25수정 2022-02-05 19:16

대선 TV토론 팩트체크 ④
중장거리 미사일 90도 가까운 ‘고각 발사’ 근거로 추가배치 주장
북, 한국 겨냥할 수 있는 ‘가성비’ 단거리 미사일 1천발 이상 보유
2016년 당시 국방장관도 “북 제정신이면 고각 발사할 이유 없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추가 사드가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안보불안 조성해서 표 얻으려다 경제 망친다는 지적이 있다.”

윤석열 “브룩스 전 사령관 얘기는 성주에 있는 사드를 패트리엇이라든가 저층 방어 시스템하고 연계를 했을 때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그분이 사드 추가배치가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한 사실이 없다.”
지난 3일 대선 후보 4자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 문제를 놓고 이렇게 충돌했다. 두 후보는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똑같은 발언을 놓고 이렇게 해석을 달리했다.

사드 추가 배치 필요하다? 필요 없다?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 불필요하다’는 브룩스 전 사령관의 2020년 11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 내용은 다수 국내 언론들이 인용 보도했다.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 불필요하다’는 브룩스 전 사령관의 2020년 11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 내용은 다수 국내 언론들이 인용 보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2016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이었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2016년 7월8일)하고 경북 성주에 사드 발사대가 설치되는 시기(2017년 4월)의 주한미군사령관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2020년 11월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육성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드는 한국에 (저고도 미사일용인)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체계 레이더와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인) 한국의 그린파인(Green Pine) 레이더 등 다른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통합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더 나은 통합방어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브룩스 전 사령관의 이 발언을 전하며 “브룩스 전 사령관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에 사드를 추가로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 사드 포대를 다른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통합시키면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발언을 전하며 그 뜻을 더 분명히 해설한 것이며, 기사의 제목도 “브룩스 전 사령관 ‘한국에 사드’ 추가배치 불필요”였다. 다수의 국내 언론들이 이 기사를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기사를 쓴 기자가 자의적인 해석을 한 게 아니라면 브룩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인터뷰에서 ‘사드와 패트리엇, 그린파인 레이더 등을 통합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한 것이지,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거듭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방장관도 “북 제정신이면 고각발사 불가능”

윤 후보는 지난 3일 토론회에서 “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 고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당연히 (사드가) 수도권에 필요하다”며 사드 추가 배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 중 패트리엇2·3, 천궁II 등은 20㎞ 내외 저고도와 30㎞ 내외 중고도 대응이라서, 이보다 높은 고고도로 미사일이 날아오면 사드(50~150㎞)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통상 탄도미사일은 30~45도 각도로 쏘는데 고각 발사 때는 90도 수직에 가까우며 이는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발사 각도를 높이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은 원래 사거리가 4500~5000㎞인데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가 약 800㎞로 줄었다.

북한은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을 30일 진행“했다고 &lt;노동신문&gt;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4500~5000㎞인데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가 약 800㎞로 줄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을 30일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4500~5000㎞인데 고각으로 발사해 비행거리가 약 800㎞로 줄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미국령 괌이나 하와이, 일본 등을 사거리 안에 두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 고각 발사를 해서 의도적으로 비행거리를 줄여왔다.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을 키우되 미국을 너무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땅덩어리가 좁은 한반도 안에서 북한이 사거리 1000㎞가 넘는 중장거리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려면 고각 발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값싼 단거리 미사일을 1천발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굳이 비싼 중장거리 미사일을 고각 발사할 이유는 없다. 북한 입장에서 고각 발사는 ‘가성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방부도 ‘고각 발사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2016년 7월2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북한이 사거리 3000㎞ 이상인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 발사해 수도권을 타격할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당시 한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의 고각 발사 말고도 서울을 공격할 화력과 자산이 있다. 스커드 미사일만 해도 수백 발”이라며 “북한이 제정신을 갖고 있다면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저고도, 중고도, 저고도로 나뉜 미사일 다층방어체계 개념도. 국방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발행한 <2016년 국방백서>에서도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스커드 계열로 비행고도가 낮고 비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사드보다 패트리엇이 더 유용한 요격무기 체계”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2월4일치 사설도 “야당도 사드 추가 배치를 내세웠지만, 당장 단거리미사일 대응이 시급한 터에 중장거리용 요격미사일을 도입하자는 것은 현실성이 의문시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미사일 고각발사는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윤석열 후보 주장처럼 ‘북한이 수도권을 겨냥해 고각 발사할 경우가 많다’고 보긴 어렵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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