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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팩트체크] 이재명 “IMF가 국가채무비율 85% 권고했다”…사실은

등록 2022-02-22 17:12수정 2022-02-22 17:31

IMF ‘85%’는 적정선이 아닌 위험 임계치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그래픽 백지숙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그래픽 백지숙
21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첫 대선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이에 ‘국가채무비율’을 두고 논쟁이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국가채무비율 85% 이내가 적정하고, 너무 낮게 유지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비기축통화국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낮다고 주장하며 확장적 재정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우선 이재명 후보가 밝힌 국제통화기금 권고는 사실일까? 이 후보의 발언 근거는 국제통화기금이 한국 정부와 협의한 뒤 2018년에 발표한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ArticleⅣ)다. 기금은 매년 회원국과 거시경제·재정·금융 등 경제 전반을 점검해 국가별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당시 보고서를 보면, 기금은 한국의 재정 상황에 대해 “중단기적으로 상당한 재정여력이 있고, 성장과 불평등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평가하며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적정 국가채무비율’을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그 대신 “장기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연금·의료 지출이 많아져 2050년 (국가채무비율이) 100%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고 통일이 되면 더 오를 수 있다”고 짚으며 “위험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선진국 채무비율은 85%로, (한국의) 국회가 예측한 45%와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85%’란 수치가 나오지만 ‘적정’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임계치’에 가까운 맥락에서 쓰고 있는 셈이다.

연례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금의 ‘셀렉티드 이슈’(Selected Issues) 보고서에는 85%의 뜻이 보다 명확히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은 (국가채무비율) 40% 수준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며 “카민스키 교수 등이 파악한 채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기준치는 선진국은 85%”라고 밝혔다. 기금은 매년 하는 회원국의 ‘국가채무 지속가능성 분석’(Debt Sustainability Analysis)을 할 때 그라시엘라 카민스키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활용한다. 카민스키 교수는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를 분석해 국가채무비율이 선진국은 85%, 신흥국은 60%에 달할 경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기금이 임계치로서의 85%를 맹목적으로 쫓거나 각국에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기금은 2021년에 발표한 한국경제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도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기금은 해당 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의 ‘부채 지속가능성 분석’은 국가채무비율 85%(신흥국 60%)를 활용한다”고 짚은 뒤, “이를 넘긴다고 꼭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생 확률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기금은 또 “국가채무 증가가 세율 인상을 누그러뜨리고 복지 지출을 늘릴 수 있는 반면 민간 투자를 막는 구축효과는 물론 미래 세대에 짐을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찬반 양론이 있다”며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선 채무 적정 수준은 없다”고 밝혔다.

기금의 이런 시각에 공감하는 학자들은 적지 않다. 국제금융계의 석학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 1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국가채무의 지속가능성은 당장은 물론 미래의 경제성장률, 실질금리, 재정 수지 등에 따라 결정된다”며 “적정한 국가채무비율이라는 ‘마법의 숫자’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안철수 후보는 “기축통화국은 국채 발행하면 수요가 많다. 비기축통화국은 국채 발행해도 수요가 적어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정책 기조를 떠나 비기축통화국이 기축통화국보다 채무비율이 낮다는 점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가 지난해 조세재정연구원의 ‘해외재정동향 및 이슈 분석’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안 후보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해당 보고서는 기축 통화로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캐나다달러화, 호주달러화, 위안화, 스위스프랑화 등을 꼽으며 이들 화폐를 쓰는 23개 회원국들은 평균 국가채무비율(2019년 기준)이 80.4%인 반면 한국을 비롯한 14개 비기축 통화국은 41.8%로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은 전세계 국가의 채무 상태를 점검할 때 비기축통화국과 기축통화국으로 구분해 분석하지는 않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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