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방부 검찰단이 고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경찰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며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던 판단 근거로 ‘해병대 수사관들이 한꺼번에 전화를 안 받았던 상황’을 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2일 박정훈 대령에 대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수사를 시작해 지난 13일 박 대령 단독 항명 수사로 전환했지만 애초 집단항명으로 판단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애초 집단항명 수괴 혐의를 둔 판단 근거를 묻자 이종섭 국방장관은 “초기에 국방부 검찰단장이 확인해보니, (해병대) 1광역수사대장, 수사관이 같이 다 전화가 안 되니까 같이 모의한 집단항명으로 보여져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보고해 (제가)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나중에 진술서를 받아보니 그게 아니어서 단독 항명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실무자 2명은 국방부 장관, 해병대 사령관한테 이첩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고 명령에 따라 경북경찰청에 자료를 이첩하러 간 것으로 조사돼 범죄 혐의를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당시 해병대 수사관들이 전화를 안 받은 구체적인 상황을 밝히지 않았다. 박 대령 쪽 설명을 보면, 지난 2일 오전 경북 안동에 있는 경북경찰청에 수사관들을 보내 자료를 이첩하는데 이날 오전 10시51분께 해병대 사령관이 “인계를 멈추라”는 전화를 했다. 이에 박 대령은 바로 해병대 중앙수사단장에게 “현장에서 인계중인 1광역수사대장에게 전화해 인계를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앙수사단장이 1광역수사단장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고, 함께 인계중이던 수사관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국회 업무보고자료에서 “해병대 수사단장과 수사실무자 2명이 사전 모의한 정황이 있어 집단항명 혐의로 수사 착수, 이후 수사과정에서 수사실무자는 수사단장의 지시를 이행한 것으로 확인되어 수사단장 단독 항명 수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13일 박 대령의 혐의를 ‘집단항명 수괴’ 에서 ‘항명’ 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김병주 의원은 “해병대 수사실무자들이 전화를 안 받아서 모의를 하고 있는 걸로 추정을 해서 집단항명 수괴죄로 걸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국방부 검찰단 수사가 무언가 쫓기듯 입막음하기 위한 과잉·엉터리여서 항명 사건은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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