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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정부발표 폭발지점, KNTDS상 소멸지점과 달라”

등록 2010-06-22 18:08수정 2010-06-25 17:05

지난 4월 공개된 백령도 해병대 초소에서 열상감시장비(TOD)로 찍은 천안함 침몰 영상이 지난 4월 공개됐다. 공개된 KNTDS 자료와 3분 정도 오차를 보인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지난 4월 공개된 백령도 해병대 초소에서 열상감시장비(TOD)로 찍은 천안함 침몰 영상이 지난 4월 공개됐다. 공개된 KNTDS 자료와 3분 정도 오차를 보인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박영선 의원 천안함 사건 특위 질의 과정서 밝혀 [한겨레21 2010.06.04 제813호]
600m 차이, 공개된 TOD 화면과도 안 맞아, 또 미궁에 빠진 3분
‘도대체 천안함은 어디에서 침몰했다는 말인가?’

애초 정부가 내놓은 천안함의 사고 발생 지점과 한국형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Korean Naval Tactical Data System)상의 천안함 소멸 위치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24일 국회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질의 과정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KNTDS상 천안함은 정부가 발표한 사고 발생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600m 떨어진 곳에서 밤 9시25분에 사라졌다. 공식 발표된 사고 발생 시각인 밤 9시22분과 3분의 차이를 보인다.

이를 정부 발표와 종합해보면, 천안함은 최초 어뢰에 피격된 뒤 약 6노트의 속도로 600m를 정상 기동한 셈이 된다. 이는 5월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의 최종 발표에 중대한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단 두 개의 좌표 공개했을 뿐인데…


KNTDS는 해상에서 작전 중인 해군 함정의 움직임과 주요 레이더 기지에서 포착한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휘통제실의 컴퓨터 화면에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이 화면에서는 함정의 제원, 침로(진행 방향), 속도 등의 정보가 표시·기록된다. 이 자료는 사고 당일 천안함이 어디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의 속도로 기동했는지를 초 단위로 나타낼 수 있다. 지금까지 언론에서는 사건 규명을 위해 지난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당시처럼 KNTDS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해왔으나, 국방부는 군사기밀을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다.

이번에 공개된 KNTDS 자료는 천안함의 항로를 표시하는 전체 자료는 아니고, 천안함이 소멸된 지점과 천안함의 가스터빈이 발견된 지점 단 두 곳의 좌표뿐이다. 두 좌표의 공개만으로도 정부의 조사결과 신빙성에 또 다시 균열이 더해진 것이다.

박영선 의원의 국회 진상조사특위 발언을 좀더 자세히 들어보자.

“우리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데이터가 바로 KNTDS입니다. 국방부가 직접 천안함의 이동 경로를 초 단위 좌표로 찍어준 (소멸 지점) 124도35분47초는 원래 해군이 발표한 좌표 124도36분02초와는 좌표상으로 600m 정도 차이가 납니다.”

박 의원의 말에 김태영 장관은 처음에는 “좌표가 차이가 날 리 없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이 좌표는 이번 사건을 풀 열쇠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박 의원이 공개한 좌표대로라면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맞은 뒤 원래 움직이던 방향으로 3분간 계속 이동했다. 3분 동안 600m를 이동했다는 것은 약 6노트의 정상 속도로 진행했다는 의미다. 이 속도는 원래 천안함이 사고 당일 밤 9시를 전후해 정상적으로 움직였던 속도와 동일해 의문점은 더해진다.

이런 증거가 나왔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못해 무책임하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어지는 답변에서 이 사안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좌표가 틀렸다면 저희가 다시 시정을 하겠습니다.”

김태영 장관 “좌표 틀렸다면 시정하겠습니다”

좌표의 차이에 대한 반론은 있을 수 있다. 어뢰 공격을 받은 천안함이 KNTDS 정보를 전송하면서 600m가량 밀려갔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기존 발표대로라면 함미는 바로 가라앉았으니, 함수만 이동한 것으로 봐야 한다. 추진 기관이 떨어져나가고 함수만 남은 채로 이전과 정확히 일치하는 속도로 계속 운항한 점이나, 당시 2노트 정도 속도의 역방향 조류가 흘렀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이는 성립되기 힘든 가정이다.

KNTDS에 기록된 시간이 정보 전송 과정에서 일종의 시간 지체 현상으로 실제와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진상조사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박정이 민·군 합동조사단장은 “실제 시간과 KNTDS의 시간은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까지 나서서 “리얼 타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들의 해명은 당연하다. 한 국방전문가는 “천안함부터 2함대, 해군작전사령부, 공군, 합참, 청와대 등에서 동시에 KNTDS 화면을 보면서 1분1초를 다투며 작전을 지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3분의 시차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개된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에 대해서도 설명이 더해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방부가 마지막으로 TOD 영상을 공개한 것이 지난 4월6일이다. 당시 영상에는 9시24분18초부터 1분1초 동안 침몰하는 장면이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KNTDS 자료에 따르면 이 시각 천안함은 정상적으로 운항을 지속하고 있었다. 1분1초간 함미는 가라앉고 함수는 떠 있는 TOD 영상과 바로 그 시각 6노트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는 KNTDS 자료의 차이에 대해 설명이 이뤄져야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핵심적인 증거였음에도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 전날인 5월19일에야 인양된 탓에 조사 결과에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한 가스터빈실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제기된다. 국회 진상조사특위에서 박정이 단장은 가스터빈실 인양 위치를 묻는 질문에 “북위 37도55분45초, 동경 124도36분02초”라고 밝혔다. 이 지점은 정부 발표상 천안함의 폭발 원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는 정부의 조사결과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도 있으나, 역시 폭발 원점과 KNTDS상 소멸 지점의 간극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폭발 원점에서 가스터빈실이 떨어져나가고 남은 디젤엔진을 이용해 정상 속도를 유지하며 KNTDS상의 소멸 좌표까지 이동했다는 추론도 가능하지만, 이는 폭발과 동시에 함수·함미가 분리된 시뮬레이션 결과 등과는 양립할 수 없다.

가스터빈실 인양 위치와 관련된 또 하나의 의문은 폭발 원점 바로 아래에 있는 가스터빈실을 사고 발생 뒤 50여 일 동안이나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답은 국회 진상조사특위에서 나왔다.

“그 바다 바로 밑에 가스터빈이 그대로 떨어졌어요. 그런데 이거를 한 달 동안 못 찾는다? 그런 해군을 우리가 어떻게 믿고 어떻게 살겠습니까?”(박영선 의원)

“그러면 믿지 않으시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알겠습니다.”(김태영 국방장관)

“항로 밝히는 게 의혹 해소하는 길”

민·군 합동조사단의 최종 발표 이후에도 각종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사고 발생 지점과 KNTDS상 소멸 좌표의 차이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한다면,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국방전문가는 “사건 당일 일몰 이후 천안함의 항로를 담은 KNTDS 자료를 모두 공개하는 것만이 여러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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