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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천안함 합조단, 폭발물질 조사 오류 시인

등록 2010-06-25 17:32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6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특위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탁기형 기자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6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특위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탁기형 기자
[이슈추적] [한겨레21 2010.06.25 제816호]<br><한겨레21>이 보도한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 의혹과 관련해 애초 발표 뒤집는 국회 답변 나와
<한겨레21>은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어뢰 폭발로 인한 침몰’의 과학적 증거로 발표한 천안함 선체 및 어뢰 부품의 흡착 물질 분석 결과에 의문점이 있다고 보도했다(815호 표지이야기 ‘어뢰 폭발물질은 없다’ 참조). 이와 관련해 합조단이 애초 공식 발표에서 제시한 흡착 물질 분석 자료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는 합조단 조사결과에 대해 제기돼온 ‘과학적 의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어서 재조사 요구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추가 조사 해서 새로 발견했다?

논란이 시작된 것은 합조단이 공식 발표한 천안함 선체 및 어뢰 부품의 흡착 물질 분석에서 이상한 점이 포착되면서다. 합조단 자료를 보면 흡착 물질에 대한 에너지 분광기 분석에서는 알루미늄이 검출되는데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는 알루미늄이 보이지 않았다. 알루미늄은 어뢰 폭발체에 반드시 들어가는 물질이다. 합조단은 이에 대해 알루미늄이 폭발과 냉각을 거치면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바뀌었고, 이 비결정질 산화물은 에너지 분광기에서는 알루미늄으로 인식되지만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는 알루미늄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는 폭발과 냉각에 의해 알루미늄이 100%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어뢰 폭발체의 알루미늄 성분이 상당 부분 비결정질 산화물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분광기는 물론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도 알루미늄이 검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합조단의 발표처럼 알루미늄이 100% 산화될 확률은 0%에 가깝고, 그 산화된 알루미늄이 모두 비결정질로 될 확률 또한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6월10일 직접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가 <한겨레21>에 단독 보도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기봉 합조단 폭발분과장(준장)은 지난 6월11일 국회 천안함 진상조사특위 3차 회의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최초 검사에선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만 검출됐다. 그때 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극소량이 검출됐기 때문”이라며 “나중에 ‘왜 비결정질만 검출되느냐, 결정질도 나와야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추가 조사를 했고 극소량의 산화알루미늄이 발견됐다”고 답변했다.

합조단의 이런 태도 변화는 자신이 내놓았던 과학적 자료와 설명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다. 즉, 합조단은 5월20일 조사결과 발표에서 “폭발 전후 알루미늄의 용해와 급냉각으로 알루미늄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했다”며 “이것이 폭발의 결정적 증거”라고 밝힌 바 있다.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 알루미늄이 검출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치에 맞다는 태도였다.

결국 알루미늄이 폭발로 인해 100% 비결정질 산화물로 바뀔 수 없다는 과학적 사실조차 모른 채, 억지 논리로 조사결과를 합리화하려던 셈이다. 합조단은 이제 와서 “폭약이 폭발해서 폭발재가 형성됐을 땐 결정질 산화알루미늄,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동시에 검출된다는 것과 (그 양은) 극히 미량이라는 것을 확인했다”(6월11일 이기봉 준장의 국회 답변)고 말한다.

합조단의 자기 부정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하다. 우선 어뢰 폭발 때 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합조단의 1차 분석에서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극소량만 나오느냐 여부다. 또 어느 정도 극소량이어야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는지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가장 과학적인 근거’가 번복돼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가 구성한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의 노종면 책임검증위원은 “합조단의 선체, 어뢰, 모의 폭발 실험 흡착물 분석 결과는 합조단이 내놓은 조사결과 중 가장 과학적인 근거라고 스스로 주장했던 것”이라며 “이를 번복한 이상 천안함 사건 조사 전반에 대한 의심을 풀려면 민간인으로 조사단을 새로 구성해 처음부터 조사해야 하며,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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