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지난 5월2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국방부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개한 어뢰의 프로펠러 부분. 합조단은 어뢰의 흡착물과 천안함 함체의 흡착물질 모두 폭발로 생긴 알루미늄 산화물로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합조단 “알루미늄 산화물 맞다…시료에 수분 있었을 뿐”
과학자들 “수산화알루미늄 착각…점토물질이다” 재반박
과학자들 “수산화알루미늄 착각…점토물질이다” 재반박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의 조사결과와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몇몇 과학자들 사이에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며 ‘과학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과학자들은 합조단이 ‘어뢰 폭발의 결정적 증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폭발물질(알루미늄 산화물·Al₂O₃) 성분분석 결과에 대해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다’라는 반박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단순 점토물질에서 나타나는 성분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와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 양판석 박사는 30일 <한겨레21> 등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합조단이 5월20일 폭발물질이라고 발표한 에너지 분광기의 그래프는 폭발 결과물인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다”라며 “풍화작용에 의해 일반적으로 형성되는 점토물질인 ‘깁사이트’(Gibbsite·수산화알루미늄·Al(OH)₃)”라고 밝혔다. 양판석 박사는 “깁사이트는 백령도 앞바다 퇴적물에서도 나올 수 있고, 자연상태에서 채취해 (천안함과 같은 배의) 방화벽 재료 등으로 널리 쓰이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양 박사는 지난 28일 발간된 <한겨레21>을 통해 합조단의 알루미늄 산화물(알루미늄과 산소로 구성) 분석 결과를 검토한 뒤 ‘폭발로 발생한 알루미늄 산화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알루미늄을 1이라고 했을 때, 알루미늄 산화물의 알루미늄 대비 산소 비율은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시뮬레이션 결과 0.23이지만, 합조단의 조사결과는 선체 흡착물질 0.92, 어뢰 파편의 흡착물질 0.9로 너무 높다는 것이다. 합조단은 5월20일 △천안함 선체 △어뢰 부품 △폭발실험 등에서 나온 세 가지 흡착물질 모두 폭발로 생겨나는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알루미늄에 비해 산소가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합조단은 지난 29일 기자협회·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를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흡착물질의 시료 안에 수분(H₂O)이 40% 정도 포함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시료에 물이 포함돼 산소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교수는 다음날 “합조단이 제시한 알루미늄과 산소의 비율은 깁사이트(0.85)와 유사하다”며 “합조단이 말하는 수분이라는 것은 깁사이트로 존재하는 수소와 산소를 착각한 것일 뿐”이라고 즉각 재반박했다. 시료 분석을 담당하는 한 민간 연구기관의 팀장급 연구원도 1일 “에너지 분광기 실험은 시료를 건조시킨 뒤 진공상태에서 진행된다”며, 시료에 수분이 포함돼 있었다는 합조단의 해명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용인 기자, 하어영 <한겨레21>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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