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 고위급대표단 방남으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리면서, 정부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화답한 만큼, 정부는 남북대화의 동력을 이어가면서 정상회담의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정상 간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포괄적인 협의가 가능한 단초가 마련이 됐다”며 “앞으로 관련 동향을 봐가면서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후속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북쪽 고위급대표단이 귀환한 11일 밤 설명자료를 내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과 최고지도자 직계가족이 우리 쪽 지역을 방문했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의지가 매우 강하며, 필요한 경우 전례 없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이어 “남북관계 전면 복원과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단초는 마련됐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 차가 여전하고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가시적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대화와 협력의 공간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의 전기를 이뤄낼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이를 위한 ‘향후 남북관계 추진방향’으로 △남북대화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 정상화 추진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비핵화의 선순환 구도 형성 등을 큰 원칙으로 제시했다. 특히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북-미 관계를 견인하는 등 탄력적 상호 견인을 도모”하겠다고 명시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가 지지부진할 경우, 남북관계를 더욱 끌어올려 이를 적극적으로 추동해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이산가족 등 인도적 사안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 등을 통해 대화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한편, 북핵 문제에 대한 남북은 물론 북-미 간의 견해차를 좁혀가면서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대북 특사 파견이나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의견 조율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북 특사는 북쪽의 특사 파견에 대한 ‘답방’이란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양쪽 지도자의 뜻을 가감 없이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 성사에 속도를 붙일 수도 있다. 다만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선 특사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청와대도 대북 특사 파견에 관해 아직까지는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았고, 지금은 대통령 머릿속에도 특사는 없을 것”이라며 “여건 조성이 중요하지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남북 정상의 의지가 확인된데다, 다양한 소통 창구가 복원된 터라 굳이 특사를 고집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남과 북은 지난달 9일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고위급회담과 함께 군사당국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회담도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주축으로 하는 고위급회담을 통해 후속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가는 방법도 있다. 이럴 경우 평창올림픽이 폐막하는 25일부터 패럴림픽이 개막하는 다음달 9일 사이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핵 문제와 관련된 진전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일단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적십자회담이나 군사당국회담 등 후속 회담을 성사시켜가면서, 비핵화와 관련된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짚었다.
정인환 김보협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