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자문위원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재인 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송영무 전 장관은 화약연기 자욱한 겨울벌판이었던 한반도와 ‘한반도의 봄’을 모두 경험했다. 송 전 장관이 취임한 2017년 7월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미사일 발사를 계속했다. 미국과 북한은 험악한 `말 폭탄‘을 주고 받았고 나라 안팎에서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퍼졌다.
2018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면서 대전환이 일어났다. 남북정상이 만나 그해 4월 판문점 선언, 9월 평양선언을 했다. 판문점 선언 이후 2년간 남북관계에 빛과 그림자가 있었지만 ‘전쟁 없는 한반도’란 이 선언의 기본 뼈대는 유지되고 있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에 참여했고 9·19 남북군사합의의 주역인 송 전 장관을 지난 28일 만났다.
그는 우리 국방이 북한 위협뿐 아니라 영해·영공 및 배타적경제수역(EEZ),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등 해양위협, 재난·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등 신안보위협 등 ‘복합안보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모범 대응으로 높아진 한국의 국격과 위상에 부합하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하여, 동북아와 세계를 아우르는 새로운 국방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주변 강국들한테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8년 9월19일 북한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앞줄 왼쪽)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앞줄 오른쪽)이 군사 분야 합의문 서명식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두 사람 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일부에서는 지금도 판문점·평양선언, 9·19 남북군사합의(합의)가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넘기는 이적문서’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보수성향 예비역 단체가 송 전 장관을 `이적죄’로 고발했다.
“안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트집잡기식 막말을 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합의서 조항을 제대로 읽어보고 비판했으면 한다. 남북은 일촉즉발의 상태였다. 판문점 선언, 평양선언을 실행하려면 군사적 충돌을 없애고 긴장 완화, 신뢰 구축을 해야 한다. 합의는 무장해제가 아니라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합의 이후 지금까지 북방한계선, 군사분계선에서 직접적 군사 충돌은 없었고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는 유해 발굴이 진행중이다. 이 자체만으로 합의는 존재 가치가 있다. 저는 판문점 선언, 평양선언, 합의가 과거 어떠한 남북 합의보다 진일보하고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합의라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게 트집잡기인가. 한 두가지 예를 든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남북 비행금지 구역 설정을 두고 (북한을 정찰 감시하는 무인기 같은) 정보자산 깜깜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미국 정보를 받고 인공위성, 고고도 유무인 정찰기 등으로 북한 주요표적을 중첩 감시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군보다 대북 감시 능력과 정찰 능력이 뛰어나다. 남북이 서로 무인기를 띄우지 말자고 하면 우리가 깜깜이가 되나. 북한이 깜깜이가 되나. 또한 서해 북방한계선 기준 완충구역이 북한은 50km 북으로, 우리는 85km 남으로 설정돼 있어 35km나 양보를 했다고 하는데, 이는 백령도 북방의 북방한계선 최북단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연평도 서남의 최남단을 기준으로 하면 북한은 103km 북으로, 우리는 32km 남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북한이 71km 양보한 것이다. 또한, 북한 해군 전력의 80% 이상이 훈련을 못하게 된 반면 우리 해군 훈련 구역은 덕적도 이남이라 합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일부에서 느끼는 9·19 군사합의에 대한 불안감은 한국전쟁의 아픈 기억 탓도 있다고 본다. 지금도 국군이 북한군에 밀린다고 생각해서, 무장해제라고 보는 것 같다.
“군사력 평가에는 무기 수량을 단순 비교하는 정량평가와 무기 성능 등을 반영한 정성평가가 있다. 전차, 항공기, 함정 등 주요 재래식 무기 수량은 북한군이 약 2~4배 많다. 하지만, 정량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해군 제2전투전단장(준장)으로 1999년 제1연평해전에 참여한 경험을 돌이켜볼 때, 정성적 측면에서 보면 당시 북한 해군은 우리 해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현대 군대는 각종 훈련과 장비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북한은 1980년대 말부터 경제가 악화되면서 군이 훈련과 장비 정비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현재 남북한 군대의 질적 능력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미국 군사력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2020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매기면서 한국을 6위로, 북한을 25위로 평가했다는 점은 이를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한다.”
- 한국전쟁 당시와 최근 안보상황 차이도 있다.
“우리가 북한 군사위협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할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6·25전쟁 당시에는 김일성이 소련 스탈린과 중국 모택동에게 남침 군사지원을 요청하여 지원을 받았지만,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전쟁을 야기하는 대북 군사지원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둘째, 6·25전쟁에서는 북한 재래식 전력이 우리보다 월등히 앞섰지만, 지금은 북한이 한국에 대한 재래식 전력 우위를 상실했다. 셋째, 6·25전쟁시에는 주한미군이 고문단만 남기고 철수했는데, 지금은 미 육군과 공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고, 한반도 유사시 투입될 미 해군, 해병대 병력이 괌, 일본에 배치되어 있다. 넷째, 우리가 북한보다 국내총생산(GDP·2019년 기준)이 약 53배 많을 정도로 남북 경제력 격차가 벌어졌다. 현대전은 국력의 전쟁이다. 다섯째, 한국은 북한보다 강력한 치안 행정체계를 갖추어 전시 대규모 물자, 인력 동원 능력이 월등하게 앞선다.”
- 그동안 우리 국민과 국방부는 ‘간첩 잡는 것이 국방의 전부’인양 생각해왔는데 앞의 설명은 이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면이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이 미군에게 있으니 우리 군은 전쟁기획이나 전략, 정책 분야를 깊이 고민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간첩 잡는 역할이 국방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해왔다. 즉, 국방의 수준이 전술이나 작전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작권을 환수하게 되면 연대장, 사단장들은 전술에 집중하고 군사령관들은 작전에 집중하며, 국방장관, 합참의장, 각군 총장들은 전략, 정책을 고민하고 수립해야 한다. 우리 군은 앞으로 전쟁기획절차를 발전시키는데 좀 더 집중해야 한다. 국내 언론들은 국방 문제를 전술, 작전 수준에서 주로 보도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측후방 대간첩작전, 전방 비무장지대, 북방한계선에서의 우발적 충돌에 대비한 작전을 넘어 한반도 전 지역과 해역, 범세계를 아우르는 정책, 전략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자문위원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일부에서는 북핵 대책으로 핵 무장과 화생방 무기를 개발하자는데.
“노태우 정부가 비핵화를 선언하고 역대 정부가 그 기조를 이어와,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국가로서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해야 하고 국제 사회의 경제제재를 감수해야 하는데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또한 화생방 무기는 1차 대전 이후 인류가 죄악시하는 전쟁 범죄로 취급받는다. 화생방 무기를 사용하면 무차별 응징을 받게 된다. 화생방 무기 개발 주장은 무책임하고 수준이 낮은 논리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수록 힘들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 핵·대량파괴무기(WMD) 대책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은 북한 비핵화 노력을 경주하는 동시에 미국의 핵 우산 정책 하에 맞춤형 확장 억제 전략을 적용하고 우리 군 자체의 핵·WMD 억제 및 방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이다.”
- F-35 도입 등 우리의 첨단 전력 증강에 대해 북한이 반발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송별 오찬시 북한 고위 당국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 전력 건설을 하는데, 이 전력 건설의 목적은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한반도 주변에는 독도, 배타적경제수역, 한국방공식별구역 위협 등이 상존하고 있기에 한반도 주변 해역과 상공의 안전을 보장하고 지역 및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서 전력을 건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변국과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위협을 받을 때 무시당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북한이 이를 위협으로 인식한다면 9·19 남북군사합의에 있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서 협의해 나가면 될 것이다.”
-당시 북한이 이런 설명을 받아들였나?
“북한 입장에선 계속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군사력을 건설하고 동원 체제를 유지하는 등 정치적 행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7월27일 ‘국방개혁 2.0, 유능한 안보 튼튼한 국방’ 보고대회가 열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 페이스북
- 재임시 추진한 ‘국방개혁 2.0’은 지난 정부들의 국방개혁과 어떤 차이가 있나?
“가장 큰 차이는 대통령 임기 1년 이내 계획을 세우려고 한 것이다.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관계가 바뀌어서 2018년 7월27일 문재인 대통령님께 국방개혁 2.0을 보고했다. 대통령 취임 1년 내 계획을 세워 대통령 재직 중에 예산을 확보하고 법령을 바꾸면 예산 획득, 부대 개편, 국방 운영, 병영 문화 등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다. 국방개혁은 계획을 수립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5년 동안 예산을 집행하고 61개 법안, 법령의 제정과 개정, 수정을 거쳐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2018년이 국군 창설 70주년이었는데 그로부터 30년 뒤 국군 100주년에는 ‘선진 민주국군’의 모습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방개혁 개념은 군 구조 분야는 ‘전쟁의 우선 억제, 전쟁 발발시 최단시간 내 최소 희생으로 전승 보장’, 국방 운영 분야는 ‘군인은 작전, 전투부대에, 민간인은 군수, 행정, 교육부대에 배치’하는 것이다. 또한 병영문화 분야는 ‘이병부터 대장까지 동등한 인격체로 인식 정착’, 방위사업 분야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 오랜 기간 국방부는 ‘육방부’로 불릴 정도로 특정군 출신이 주요 직위를 독점해왔다. 장관 재임시 국방부 문민화와 관련해 국·실장 직위를 민간 출신으로 바꿨다.
“역대 국방장관, 합참의장은 대부분 육군 장성 출신이었다. 국방부 국·실장을 민간인으로 바꿨는데 비판은 있었지만, 방향과 대의가 맞았다. 이 직위를 국방부 민간 공무원이 맡으니 업무에 균형감이 있고 정부 내 예산 협조 등이 잘 되었다. 공무원이 맡은 국방부 실장 직위는 공무원 정년이 있기 때문에 쉽게 교체할 수 없다. 국방부는 정부조직법상 하나의 행정기관이지 군부대가 아니다. 군인은 군사 전문분야에서 지원해주어야 한다. 미 국방부에는 장관을 보좌하는 군인 보좌관이 250명 가량 있다. 이들은 미군 유럽사령부, 중부사령부, 아프리카사령부,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세계 정세와 작전을 보좌한다. 미국은 군령부대 책임자는 군인이 담당하지만, 예산, 홍보, 징집 등 군령업무 이외에는 모두 민간인이 담당한다. 미 국방 전체 인원 중 민간 공무원 대 군인 비율이 52% 대 48%인데, 우리는 5.5% 대 94.5%이다. 우리군의 한 가지 예를 들면, 국방대 총장이 현역 중장인데 비서, 공관, 부관, 운전기사 등 운영 비용이 많이 든다. 차라리 예비역이나 민간인이면 이런 운영 예산이 필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못하다.”
-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에 군 내부 반대가 무척 심했다고 들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문 대통령 임기 내 민간인 국방 장관을 임명할 가능성은 없을까?
“제가 추진한 국방개혁, 남북군사합의, 기무사 해편 등 제반 개혁과제에 대해서 엄청난 반대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또한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대표적 예는 2018년 438명 장군 정원을 78명 감축하여 2022년까지 360명으로 조정하고, 2018년 9월1일 기무사를 해체시키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창설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나 후배 장성들이 진정한 국방개혁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출판하였다.(그는 <선진 민주국군을 향해: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을 지난 1월 펴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첫 문민 국방장관은 이미 나왔다. 저는 애초 국방장관을 군 출신이 맡는다면, 미국처럼 전역한지 7년이 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미국은 2017년 1월 당시 전역한지 3년 남짓 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취임할 때 인사법규에 예외 조항을 두었다.) 제가 전역 9년 만에 문재인 정부 초대 국방장관이 되었는데 이는 미국 기준으로 봐도 문민 국방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 재임시 ‘제복 입은 민주 시민의식’ 교육을 장병 정신교육 기본교재에 추가 반영했다. 배경이 무엇인가?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인데 장군이나 장교들은 특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장군은 공관병을 사역에 동원했다. 군인은 법률과 규정을 잘 지켜야 한다. 국민이 위탁한 국방 임무를 희생을 무릅쓰고 명예롭게 지켜야 한다. 그래서 ‘군인은 군복 입은 시민’이라고 강조하고 장병 정신교육을 강화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자문위원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최근 잇단 군기강 해이가 병영문화 개혁의 부작용이란 지적이 있다.
“선진 민주국군을 지향하는 우리 군이 장병들을 사역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장병들의 휴식-경계-훈련 여건을 보장한다면 자연히 군의 사건·사고는 감소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병영문화 개혁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과거부터 지속되어 오던 문제인지를 먼저 깊이 검토하고 평가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탈영, 자살, 안전사고 등 주요한 군 사건·사고는 5년전 보다 약 5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병영문화 개혁의 부작용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군 기강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초 군기 교육 등 군인 기본 행동 교육을 더 강화하고 미흡한 부분은 제도를 보완하면 될 것이다. 일부 언론이 보도하는 군 기강 해이 및 사건·사고는 어떤 측면에서 다소 과장되어 있다고 본다.”
- 코로나19 사태로 군사위협 대처 위주의 전통 안보뿐만 아니라 감염병 등 신안보 위협이 대두하고 있다. 한국이 신안보전략을 구상하고 구체화해야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우리는 다른 세계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변화된 국제질서와 새로운 안보 위협 등에 대응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대응과정에서 세계 각국은 한국을 중견국에서 선진 모범 강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정치(민주주의·언론자유 아시아 1위), 경제(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인구 5000만명 이상인30-50 클럽 가입), 사회·복지(대학진학률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 1위·전 국민 의료보험 및 행정체계), 문화·체육(한류, 세계 4대 체육대회 개최), 과학기술(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조선, 자동차), 국방(세계 6위 군사력) 등 각 분야에서 선진 일류 국가의 대열에 들어섰으며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력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이제 피식민 국가, 전쟁참화 국가, 피원조 국가 등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인식과 관습을 과감히 탈피하여 선진 민주 모범 강국으로 대도약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탈세계화와 국가주의가 부상할 것이며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하에 미-중 경쟁 및 견제가 심화될 것이다. 또한, 전통 안보위협과 신안보위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합 안보 위협’이 대두하게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한국은 선진국을 따라 하는 국가가 아니고 우리가 많은 분야에서 주도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즉, 한국의 모델이 새로운 규칙(뉴 노멀)이 되는 국가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자문위원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분야별 안보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미 언급한대로, 코로나 이후 한국의 격상된 국격과 위상에 부합하고 복합 안보 위협에 융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외교는 원칙 있는 동맹 유지 및 균형외교를 추진해야 하고, 국방은 안보·군사 패러다임을 바꾸고 7차원 전장 공간(지·해·공·우주·사이버·심해저·전자기전)으로 확장해야 하며 통일은 남북 화해·교류·협력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안전은 보건안보, 사이버·테러 위협 등 모든 위해요소로부터 국민안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격상된 한국의 국격과 새로운 복합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진 안보·국방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nura@hani.co.kr
참여정부 해군참모총장 지낸 ‘전략통’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해군사관생도(27기) 시절부터 ‘송 충무공'으로 불렸다. 그의 리더십을 평가한 별명이다. 송 전 장관은 “1973년 소위로 임관 뒤 평생을 ‘어떻게 적과 싸워 이길 것인가'를 고민해왔고, 그 중심에 북한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령으로 구축함 포술장으로 근무할 때 남해 간첩선 격침 작전에 참여하여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제2함대사령부 제2전투전단장(준장) 때인 1999년 6월엔 제1연평해전에 참여해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이때는 일선 장교, 지휘관으로 전술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참여정부 때 해군참모총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초대 국방장관(2017년 7월~2018년 9월)으로 국방개혁 2.0을 이끌었다. 그는 국방장관의 마지막 임무로 2018년 9월 평양에서 9·19 남북군사합의에 서명했다. 그는 전쟁 억제·승리 전략도 중요하지만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쟁 발생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평화 정착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