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한국어판과 영어판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관련 표현이 서로 달라 배경이 주목된다.
15일 회의 뒤 국방부가 배포한 한국어 성명에는 사드와 관련해 “양 장관은 ‘성주 기지’ 사드 포대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장기적 계획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기술돼 있다. 반면 미국 국방부의 영어 성명에는 “‘캠프 캐럴’ 사드 포대”(the THAAD battery at Camp Carroll)의 안정적인 주둔 여건”이라고 달리 표현돼 있다.
캠프 캐럴은 성주 기지 사드 포대의 본부가 있는 곳으로 성주 기지에서 약 30㎞ 떨어진 경북 왜관에 위치해 있다. 성주기지의 물자보급을 담당하지만, 현재 물자보급은 사드 반대 주민들에 의해 육상보급로가 차단돼 헬기 공수로 이뤄지고 있다.
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미국의 소리>(VOA)에 성주 기지와 캠프 캐럴은 다른 장소라며 사드 포대의 이전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미국 국방부의 영어 성명은 사드 기지의 캠프 캐럴 이전을 추진한다는 것처럼 읽힌다며 한-미 두 나라는 이 문제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캠프 캐럴은 지난해 6월에도 영내에서 사드 발사대가 공개돼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35방공포여단 예하 부대장의 이·취임식에서 부대원들이 패트리엇 PAC-3와 사드 발사대 등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당시 ‘사드가 성주 기지 말고도 캠프 캐럴에도 배치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국방부는 “훈련용 모의탄을 수송 차량에 올려놓은 것”이라고 부인했다.
중국은 2016년 초 사드의 한국 배치가 논의될 때부터 강력히 반발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중국의 경제 보복조치를 풀기 위해 ‘사드 추가 배치 금지’ 등이 포함된 이른바 ‘3불 원칙’까지 발표했다. 사드의 이전 배치가 실제 추진된다면 또 다른 논란을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번 한-미 안보협의회의 논의 내용을 잘 아는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한-미 간에 사드 이전 문제가 논의된 적이 없다”며 “캠프 캐럴의 사드 포대라는 영문 표현은 성주 기지의 사드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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