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하토야마 정권 출범] 한-일 관계
전문가 시각
전문가 시각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올가을 ‘교과서 외교’가 양국관계 시금석 일본의 새 정부가 독도 문제 고등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기술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한-일 관계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일본 문부과학성 관료들은 지난해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다케시마(독도) 영유권’ 기술을 관철한 만큼 자연스럽게 올해는 고등학교 교과서 차례라고 생각하고 있다. 총선 때문에 일정이 늦춰졌지만 다가오는 가을에는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역사마찰 피하려는 하토야마 정부
고교 교과서 ‘독도 영유권’ 시험대 민주당 정부가 일본 내에서 독도 관련 기술을 아예 고등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 내에서 독도 문제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 영토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가 처리를 연기하거나 수위를 낮추는 등의 제스처를 취할 수 있으며 이는 좋은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문부성 관료들의 입장이 관철된다면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되고 다시 일본 여론에도 부메랑이 된다. 한마디로, 한-일 관계가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정부가 예방외교 차원에서 독도 문제를 선제적으로 먼저 조심스럽게 꺼낼 필요도 있다고 본다. 민주당 내에는 최근 자민당 지도부처럼 네오콘적인 발상을 하는 인물이 많지는 않다. 대미추종 외교에서 벗어나고 좀더 아시아를 중시하는 외교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웃 국가들과 불필요한 역사 마찰을 원치 않기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의 태도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 민주당이 선거 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을 살펴보면, 외교정책의 방향이 탄탄히 정립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 큰 쟁점은 관료 주도에서 정치 주도로의 변화와 국민 개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생활정치 같은 국내 문제였지, 외교가 아니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진보적인 간 나오토 대표대행에서 자민당 인사들보다도 더 우파적인 마에하라 세이지 부대표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제대로 하나로 수렴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외관계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생각이 바뀐 것도 별로 없다. 구체적인 문제가 터져나올 때 민주당이 과거 자민당 정권과 달리 전향적일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다. 정리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아시아공동체’ 추진 배경은 수출확대 의도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아시아 무대로 ‘엔 국제화’ 시도 하토야마 정권은 내수 진작과 사회 불평등 문제 해소에 우선적으로 나서겠지만, 내수 진작으로 일본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수출 드라이브를 걸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자민당 정권이 추진해온 북미 시장 중심의 정책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일본은 대체시장으로 아시아에 이미 눈을 돌리고 있다. 사실 일본의 수출시장을 보면 미국이 단일시장으로 가장 크다곤 하지만 교역 규모의 20%에도 못 미친다. 대신 동아시아 시장만 50%에 달한다. 일본에게 한국은, 중국과 달리 미국·유럽과 같은 ‘고급시장’으로서 의미가 있다. 또 중국의 동반진출 파트너로서도 한국을 중요시하고 있다. 최근 후지제록스가 미국과의 제휴를 버리고 중국·일본과의 삼각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해 수출을 하고 있는 게 대표적 예다. 일본의 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한국의 외환정책에서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하토야마의 외부 자문인 가운데 하나가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임에서 보듯이, 장기적으로 일본은 아시아를 무대로 엔화의 국제화를 실현시키려 할 것이다. 한국 또한 지나친 달러 의존 또는 중국 의존을 넘어 다양한 축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며 일본과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중소기업과 내수를 중시하는 하토야마 정권이 당장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회·문화적으론 백제 시대 이후 최대의 한-일 교류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사회적으로 중국·한국과의 교류가 절실하다. 소자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은 한때 브라질 이민 2세를 대대적으로 받아들이다가 문화적 격차로 갈등을 겪은 뒤, ‘피’가 아닌 ‘문화적 가치의 공유 가능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 대상이 중국과 한국이다. 문부성과 각 대학들이 중국·한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것도 그 때문이다. 정리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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