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7주년, 미2사단 찾은 강경화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한국전쟁 발발 67주년인 25일 주한미군2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경기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를 방문해 아파치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의정부/사진공동취재단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로 민주적·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한다면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을 더 강화하게 될 것이다.”
26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나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사드 관련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배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강 장관의 발언은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게 배치 연기나 결정 번복은 아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20일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 발언에 견줘 행위의 ‘의도와 효과’를 한층 분명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이 ‘사드 배치’를 암묵적으로 전제하지 않고선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환경영향평가를 하면)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강력해질 것”이라는 말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반(反)사드 정서’를 무마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라는 절차적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더욱이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미묘한 시점에 나온 외교장관의 발언으로 당연히 정부 차원의 조율을 거쳤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강 장관의 발언을 ‘사드 배치 현실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국민들의 지지’라는 표현만 빼면, 강 장관의 발언은 문 대통령이나 정의용 안보실장의 발언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강 장관의 이날 발언 가운데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거나 “환경영향평가 실시는 국내적 적법 절차의 문제”라는 표현은 문 대통령과 정의용 실장의 그동안 발언과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의 사드 합의 이행 의지에 의구심을 품는 미국 쪽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라는 점을 고려해, 강 장관이 의식적으로 우호적 분위기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의 지지’는 강 장관이 청문회 때도 썼던 표현이다. 오늘 발언도 9일 정의용 실장의 발언과 문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에 기초해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세영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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