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더불어민주당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현장은 ‘이언주 전 의원’ 소식으로 수런거렸다. 하루 앞선 23일 ‘이재명 대표가 이 전 의원에게 복당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처음 열린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정말 이언주가 오는 거냐” “복당하는 게 맞냐”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했고, 경기 광명을 지역에서 재선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는 ‘친문재인계 패권’을 비판하며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한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이 바뀌었다가 2020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으로 옮겼다. 지난 18일엔 “윤석열·김건희당, 검찰당에서 희망을 찾기 힘들다”며 국민의힘도 탈당했다.
‘철새 행보’도 논란거리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건 이재명 대표의 메시지 전략이다. 선거판에 둔 ‘이언주’라는 포석은 차기 총선을 끌어가는 이 대표의 행마를 또렷이 보여준다. ‘반윤석열 전선’에 다걸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기 전부터 유튜브 방송 등에서 야당의 어떤 정치인보다 공격적인 언어로 윤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이언주 의원은 잘 싸우는 사람이다. 우리는 윤석열 정권에 대항하는 세력들은 모두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당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민주당 탈당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내란선동죄로 고발하는가 하면 “노골적이고 걸신들린 하이에나 같다”고 비난하는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향해 도 넘은 인신공격성 발언을 일삼아왔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계파를 막론하고 “비주류 탈당 사태에 ‘통합’을 외치는 이 대표가 지금 이 전 의원에게 손짓하는 건 표리부동한 행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이런 공격적 언사의 피해자는 친문계 정치인만이 아니다. 이 전 의원은 민주당 탈당 뒤 난민과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 소수자를 겨냥한 극우적 공세에 앞장서왔고,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 앞에 “조리사는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라고 말하는 등 반노동적 인식을 드러내왔다.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고 ‘노동존중사회’를 추구하는 민주당의 강령에도 배치되는 인사인 셈이다.
그러니 이 전 의원을 향한 이 대표의 손짓 앞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에게 ‘반윤석열 투쟁’이란 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