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둘러 갈등을 봉합한 가운데, 상호 신뢰에 금이 간 두 사람이 공천 과정에서 2차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충돌 3일’의 또 다른 본질은 두 사람의 권력 다툼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총선 승리를 명분 삼아 저마다 자신의 ‘손때’가 묻은 인사들을 공천해 당내 입지를 넓히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한동훈 위원장은 24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가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계는 김건희 여사를 프랑스 혁명 때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에 견준 김 비대위원을 한 위원장이 알아서 정리해주길 바라는 기류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그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비대위원의 거취와 공천 문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불신과 갈등을 키울 사안이다. 한 위원장이 자신이 영입한 김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공천할 경우, 대통령실은 이를 용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마포을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내리 3패를 한 곳으로, 전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밝힌 전략공천 지역에 해당한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마포을이 전략공천 지역이 된 게 우연의 일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 한 위원장이 인재 영입 차원에서 그렇게 (전략공천을) 하는 거고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을 끌고 가기 때문에, 사람을 찾아 공천 신청을 하게 만들 때 어떻게 할지 전체적인 프레임을 짜보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총선에 임하는 처지나 생각이 다르다는 근본적인 차이는 공천 갈등을 예상하는 근거다. 차기 주자로 꼽히는 한 위원장은 총선에서 패하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한 위원장은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총선일인) 4월10일까지 완전히 소모되겠다”며 절박감을 나타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총선이 임박했음에도 내키지 않으면 총선 간판인 ‘비대위원장’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당 장악’이 우선이며 한 위원장의 ‘전횡’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총선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시도할 수 있는 외연 확장 공천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 공관위 기준으로 최대 50곳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전략공천 지역은 이른바 낙하산 투입이 가능한 곳이어서 이곳에 윤 대통령이 용산 참모나 검찰 출신 공천을 고집하면 한 위원장과 충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 위원장으로서도 차기 대선주자로 입지를 튼튼히 하려면 공천 과정에서 당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한 수도권 의원은 한겨레에 “윤 대통령 입장에선 그동안 자기를 도와준 사람이나, 국정 철학을 이해한다는 이유로 용산 출신 내리꽂기를 원할 거다. 그러나 한 위원장 입장에선 그걸 무작정 들어줄 순 없지 않겠냐”며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를 두고 갈등을 보이는 걸 보면, 공천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영남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측근을 무리하게 밀어 넣으려고 하면 그때는 더한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의원도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천 문제는 그야말로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승부가 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공천 문제를 두고 봉합(국면)이 (계속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