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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이달 중 ‘김건희 명품백’ 직접 입장 밝힐 듯

등록 2024-01-24 17:52

비판 여론 증폭에 기조 변화
KBS서 대담 형식으로 검토
지난달 11일(현지시각)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한 모습.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대응을 둘러싼 초유의 대통령-여당 사령탑 충돌 국면 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이날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는 의견이 69%에 달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당내 원로와 정치학자들도 총선 전 ‘김건희 리스크’를 풀고 가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식적으론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와 관련해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것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는 않겠다”며 언급을 꺼렸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적으론 윤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 대담 형식으로 김 여사의 가방 수수 당시 경위를 설명하고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담을 진행할 언론사로는 한국방송(KBS)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대담을 할 가능성은 계속 열려 있었다. 다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애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타진했지만, 김 여사 논란을 둘러싼 돌발 질문 등을 피하려고 사전에 조율이 가능한 대담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런 기조는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커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와이티엔(YTN) 의뢰를 받아 윤 대통령의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입장 표명 필요성을 물은 결과, ‘필요하다고 본다’는 응답이 69%로 집계됐다.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보수층에서 56%, 중도층에서 77%, 진보층에서 85%로 집계됐고, 권역별로는 광주·전라(77%)에 이어 경기·인천(73%), 서울(71%)에서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각각 46%, 47%로 팽팽했다.(무선전화 전화면접방식 100%, 응답률은 13.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수도권 의원과 총선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서둘러 이 문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한겨레에 “두 사람이 갈등을 봉합한 건 천만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갈등의 원인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아니냐. 김 여사 리스크는 총선 전에 어떻게든 풀고 가야 할 문제”라고 했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서울 송파갑)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서초동) 사저로 가는 것, 잠시 외국에 나가 있겠다라는 정도를 하고 나오면 이 국면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직접 나올 필요는 없다. 마음을 실은 사과문 하나 내면 되는 것이고, 대통령께서는 거기에 대해서 유감의 뜻을 표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정치학자들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과와 해명이 미뤄질수록,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관계까지 이 문제에 연결되면서, 김 여사 문제를 풀지 않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더 커진 셈”이라며 “김 여사 문제는 사라질 이슈가 아니다. 이 문제를 끌고 가면 선거에서 질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관후 건국대 교수(정치학)는 “이 문제를 해명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은 용산이 정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며 “취임하면서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도입할 만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이다. 그 입장이 바뀌었다면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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