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청춘, 정치를 직접 묻다_금태섭 편
한 사람의 인생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게 인터뷰입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인터뷰‘이’이지만 그 말을 끌어내는 사람은 인터뷰‘어’입니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세계관이 한 데 어우러져 완성된 텍스트가 인터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정치BAR에서는 새로운 인터뷰를 시도합니다. 정치팀 기자가 아닌 청년들이 정치인을 만납니다. <한겨레> 토요판에 ‘술탄 오브 더 티브이’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이승한씨와 20대 청년 강남규·유지영씨가 그들입니다. 기존 정치 문법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정치인과 대화를 나눕니다. 색다른 케미가 기대되는 ‘청춘, 정치를 직접 묻다’! 두번째 주인공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입니다.
아버지와 비슷한 길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는 판사를 하다 유신 때 쫓겨나 변호사로 일했다. 1981년 1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법조인의 길을 걷다가 조직에서 환영받지 못할 일을 양심에 따라 행하고 정치에 투신하는 것까지 그의 행적은 아버지와 유사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그런 해석은) 굉장히 프로이트적”이라며 웃어넘겼다. “아버지랑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두 사람을 놓고 비교했을 때 내가 훨씬 훌륭하지.(웃음) 엄마가 나 좋아할 거다.(웃음)” Q. 검사로 12년을 살았다. 적성에 맞았나.
A. “처음 검사 발령이 났을 때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너 어떻게 살래’ 물으시길래 ‘이왕 검사된 거 검찰총장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될 거면 젊은 나이에 돼서 법무부장관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아버지가 한심하다며 웃었다. 자기는 시골에서 판사만 해도 행복하다 생각했는데 아직 출근도 안 한 놈이 그런 말을 해도 되느냐고 하셨다. 그때 굉장히 반성했고 평생 검사로 기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그러다가 한겨레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http://me2.do/GPVRQrah)이라는 문제의 칼럼을 쓰게 됐다.(*편집자주: 2006년 9월,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던 그는 <한겨레>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기고했다. 수사 과정에서 국민에게 보장돼야 할 정당한 권리를 알려주자는 취지로 10회 연재가 예정된 기획물이었다. 그러나 “수사 방해 행위”라는 검찰 지휘부의 반대로 1회만 나가고 중단됐다.)
A. “검찰에서 이걸 못 쓰게 했다. 나는 쓰게는 할 줄 알았거든. 검찰에 실망했다. 거기에 더해 일도 못하게 했다. 좋긴 되게 좋더라. 출근하든 말든 아무도 신경 안 썼으니까.(웃음) 검찰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주변에서 ‘저 자식 정치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정치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때 바로 선거에 나가면 사람이 싸구려로 보이겠다 싶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최소한 몇 년 간은 정치 근처에 안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Q. 스스로를 ‘금수저’라 생각하나.
A. “인생 쉬운 사람 어딨겠나. 하지만 다른 사람하고 비교할 때 분명 혜택을 받은 건 사실이고 부모님과 여러분들에게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받은 만큼 그 이상을 갚아야 한단 생각을 하고 있다.” Q. 한 사람의 인생을 고생의 양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굉장히 순탄한 삶을 살아 왔다. 무려 ‘천체 관측’이 취미라고. 일반적인 취미 생활은 아니지 않나.
A. “그건 돈 안 드는 취미다. 검사 시절 후배 꾐에 빠져 그걸 했다. 처음에는 다들 신기해 하며 10분 정도 보고 마는데, 어떤 사람들은 계속 보고 싶어 한다. 그게 나다. 망원경을 하나 샀는데 검사 한 달치 월급 정도 된다. 그 외엔 돈이 안 든다. 물론 망원경을 안 사도 되고. 천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굉장히 편해진다. 어차피 저긴 무슨 노력을 해도 못 가겠다는 생각도 들고.” 겉으로 드러나는 금태섭 변호사는 완벽하고 안정된 자아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순순히 자신이 금수저라는 걸 인정하고 자신이 받은 걸 다시 사회에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완벽하고 안정된 자아’가 현실 정치와 만나 어떤 화학 작용을 만들어낼까. 개인 금태섭이 아닌 정치인 금태섭이 궁금한 이유다.
한겨레 정치BAR 금태섭 변호사 인터뷰. 왼쪽부터 인터뷰어 강남규 유지영 이승한.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다른 사람에게 피해 안 주려면 정치는 ‘잘 하는 사람’이… Q. 스물다섯에 사법고시를 합격했다.
A. “빠르지는 않고 보통이다.” Q. 계속 법조계에 남아있을 수도 있었다. 왜 정치를 하는지 아직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A. “나도 그게 안 보이는 게, 내 모토는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거다. 그게 참 위로를 준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스타일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정치하는 목적이 있다. 국회의원, 혹은 대통령이 되겠다거나. 그런 꿈을 꾼다면 정치에 적성이 있는 거라 생각한다. (정치를 하는 이유가) 안 보이는 건 내가 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안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신 나는 정치처럼 공적인 일은 자기가 기여할 수 있는 경우에 해야 한다고 본다. 나에게 기회가 없었으면 안 했을 거다. (하지만 기회가 왔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받은 것, 그간 쌓아온 걸 기여하자고 마음 먹었다. ” 그는 솔직하게 대답하기 위해 노력했다. 답하기 싫은 질문은 무리해서 답하지 않았고, 다소 곤란하거나 공격적인 질문은 피했다. “나는 막 살기는 하는데 직업윤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검사는 검사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정치는 공적 영역에서 하는 것이기에 사업이랑 다르다. 개인의 성공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바둑을 잘 못 둬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건 내 문제다. 그런데 정치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기에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Q. ‘정치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A. “사회의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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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과 ‘소통’ 그는 본인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두 개 꼽았다. 하나는 ‘검찰 개혁’이었고 하나는 ‘소통’이었다. 그는 과거 검찰에 재직했던 경험에 비추어 “대한민국 검찰이 세계에서 제일 세다. 그 권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Q. ‘소통’이 새로운 시대정신이고 추구하는 정치방식이라 말했다. 어찌보면 검찰개혁의 방향도 이와 연결돼있는 듯하다. 하지만 자기자신이 권위를 내려놓는 것과 권위를 가진 집단에게 권위를 내려놓게 유도하는 건 전혀 다른 성질이 아닌가.
A. “굉장히 어렵다. 헌정 사상 민주개혁 진영이 정권을 잡았던 게 김대중·노무현 정권인데, 두 분 다 검찰에서 곤경을 당하지 않았나. 노 대통령은 구속되고 굉장히 수모를 겪었다. 김 대통령은 사형 구형까지 받은 사람이지 않나. 김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검찰은 정말 놀랐다. 정권 교체를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나’는 아니지만 우리 조직(검찰)에서 사형시켜야 한다고 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 거잖아. 검사장이 청와대에 벌벌 떨면서 갔는데 김 대통령이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를 내려주고 굉장히 부드럽게 대해 주셨다. 그래서 민주적 통제가 됐다. 노 대통령은 반대로 접근했다. 청와대와 검찰이 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줘야 한다’는 뜻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했지만, 노 대통령은 틈만 나면 ‘너희가 싫다’는 신호를 보냈다. 참여정부 시절 검찰에서 가장 큰 국제 행사를 했다. 그래서 대통령을 초청했는데 대통령이 안 오고 이해찬 총리가 왔다.” Q. 바빴던 게 아닌가.
A.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날 가족들이랑 음악회를 가신 거다. 그리고 그걸 언론에 알렸다. 청와대가 우릴 정말 싫어하는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검찰은 조직 생존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상한 조직이 됐다. 정권 초기에는 충성하다가 말기가 되면 누가 다음 정권을 잡나 보게 됐고. 검찰 중립성 제고가 된 부분이 어느 정도 있지만 민주적 통제는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Q. 안철수 대표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A. “괜찮다. 물어봐라.(웃음)” Q. 안 대표도 금 변호사처럼 소통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차이점이 뭔가.
A. “안 대표는 안 대표 나름대로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분이다.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관점에서 말씀드리긴 어렵다. 다른 분이기 때문에.” Q.그렇다면 그의 소통 방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A. “일전에 안 대표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에 굉장히 동의한다. 그리고 그게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하루하루 성장하고 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틀리다는 걸 계속 인정해야 하고 그래야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다. 근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그게 안 된다. 새누리당이 다 틀린 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낸 정책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식으로 가면 소통이 안 된다.” Q.그러면 금 변호사가 생각하는 소통은 무엇인가.
A. “세월호 참사 때 야당은 ‘유가족들이 동의하지 않는 안에는 합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건 틀린 정도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야당이 정말 무책임하게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자식 죽은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당이라면 안을 내야 한다. ‘우리는 이런 복안이 있다’고 말하고 유가족을 설득하는 게 맞다. 정치인이라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내고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저희랑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을 한다.”
한겨레 정치BAR 금태섭 변호사 인터뷰.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의 8할은 ‘염치’ Q.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책에선 출마 생각이 없다고 했다. 훌륭한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금 출마한 건 훌륭한 사람이 없기 때문인가.
A. “2012년 총선 때, 한 달도 안 남기고 민주당에서 전화가 와 출마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두 시간 만에 답을 달래서,(웃음)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것도 모르지 않나. 법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재판하는 거랑 같은 건데? 스스로 단련하고 배우는 과정이 (정치활동의) 주가 돼선 안 된다고 본다. 지금은 그때랑 다르다. 몇 년 간 정치권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경험했으니.” Q. 본인이 훌륭한 사람이 된 것인가.
A. “훌륭해졌다기보단 성장했다. 정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이다.” Q.정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큰 그림이 있나.
A. “아직 없다. 2007년 대선부터 거치며, 정치가 어때야 하는지, 사람들을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생각도 쌓였고 몸으로 경험도 했다. 그림을 그리게 되면 세력이든 모임이든 내놓고 싶다. 그걸 내놓는 게 내 목표다. 검사 그만뒀을 때 친구가 ‘정치하려는 모양인데 정치하려면 네가 꿈꾸는 세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세계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아 나는 정치하면 안되겠구나. 그림이 없구나’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림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또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치를 하는 과정이 아닌가.” Q. 스스로 권력 의지가 있다고 보나.
A. “아주 절대적이다. 정치를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들, 내 아이들이 잘못된 정치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하게 되는 걸 참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자유를 제한하거나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든 권력을 잡아 그런 일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권력 의지가 있다.” Q. ‘정치가의 권력 의지’라기보다 ‘검사의 정의감’처럼 느껴진다.
A. “앉아서 말하는 정의가 아니라 싸워서 찾아와야 하는 정의를 말하는 거다. 격하게 막말하지는 않지만, 대선캠프 때 같이 일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순하게 생겼지만 독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나는 모든 걸 다 거는 사람이다. 안철수 후보를 도우면서 내가 이렇게 가진 걸 다 써버리면 이로 인해 나중에 피해 입을 거라고 생각했고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다. 옳은 쪽을 위해서는 모든 걸 앞뒤 안 가리고 건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큰 고민 없이 법대에 진학한 ‘리버럴’ 법조인들은 결국 새누리당으로 향한다. 그들은 새누리당을 택했지만 금태섭은 더불어민주당을 택했다. 유신 때 판사 옷을 벗은 아버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과 금태섭의 결정적인 차이는 ‘염치’로 보인다. 그가 가진 ‘염치’가 그로 하여금 새누리당에 갈 수 없게 만들었다고 느껴졌다. ‘염치’가 있는 사람은 성찰한다. 금태섭은 한때 작가를 꿈꿨다고 이야기했다. 작가는 ‘성찰’이 전문인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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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결정에 ‘일부 찬성, 일부 반대’는 공짜 바라는 심정 Q. 강서갑에 출마했다. 연고가 있나.
A. “여긴 20년 전에 신기남 의원이 아무 연고도 없이 당선된 곳이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연고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 때문에 여기 왔지만 끝나면 떠나려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 고등학생 아들이 여기로 전학 왔기 때문에 미우나 고우나 여기 살아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다들 만족하신다.” Q.신기남 의원은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나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았나.(*편집자주: 지난해 12월 신기남 의원이 아들의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시험 관련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을 때 그는 페이스북에 “당의 비공개 회의에서 감싸주는 얘기들만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 식이라면, 우리 당이 어떻게 ‘을’을 위한 당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도대체 야당은 왜 하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A. “신기남 의원뿐만 아니라 우리 당이 잘못했을 때 더 비판했다. 그게 당에 기여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여기 오게 된 거다. 신기남 의원은 우리 당 의장을 하신 분이고, 4선 의원이다. 그를 비판하는 글을 써서 지역구를 차지한다고?(웃음) 나는 아무 것도 아니지 않나. 그냥 평당원인데.” 그는 모범생이다. 남에게 안 좋은 소리 하는 걸 꺼린다. 하지만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라면 기존 야당의 문제점도 주저없이 비판하겠다는 원칙을 가진 사람이다. 그 비판은 '마치 바둑돌 두듯이' 정교하게 이뤄진다. 공격하되 내 집도 지킨다. 상대를 비판하되, 안전하다. 상대의 재반박을 사전에 차단하게 만들 정도로 방어적이다. 과연 이런 종류의 모범생이 정치판에 뛰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Q. 비단 신기남 의원뿐 아니라 486·586 의원들이 용퇴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인적 쇄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A. “특정 개인이나 세력이 잘려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청래, 이해찬 의원 컷오프에 대해 어떤 질문도 받지 말라고 했는데 말씀을 드리자면, 굉장히 안타깝다. 야당은 계속 변화해나가야 한다. 스스로 바뀌어나가는 게 있었다면 외부인(김종인 대표)이 이런 모양새를 만드는 일 안 생긴다.” Q. 현 김종인 대표 체제의 야당은 이기는 야당이 되어가는 것 같나.
A. “김종인 대표는 현재 의석(107석)보다 적지 않게 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게 이기는 당이라곤 할 수 없다. 정당의 목표는 정권을 차지하는 게 돼야 한다. 야당은 지난 몇 년간 질 때마다 ‘재보선은 원래 지는 거다’,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에 진 거다’라고 얘기해왔다. 왜 우리의 실책을 인정하면서 ‘우리가 원내 1당 되겠습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나? 총선 앞두고 그걸 못할 만큼 힘이 없어진 거다. 근데 그게 엄연한 현실이다. 정치부에 오래 있던 기자들은 몇 개월 전에 새누리당이 220석 할 것 같다더라. 그때보다는 그래도 나아진 것 같다.” Q. 김종인 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김 대표가 대단히 잘하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에서 뽑은 ‘우리 대표’가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김 대표가 하는 결정 중 ‘일부는 찬성하고 일부는 반대하는 태도’는 공짜 바라는 심정이라고 본다. Q. 더민주를 찍어야 하는 이유가 뭔가.
A. “1987년 처음 투표했는데, 그때부터 민주당 찍었다. 새누리당은 권위적이라서 못 찍겠더라. 사람들이 나보고 왜 새누리당 안 가느냐고 묻는다. 검사 출신이고 금수저니(웃음). 사실 새누리당이 잘 한다. 수구꼴통 되지 말자고 공부도 한다. 보고 있으면 무섭다. 누군가 야당을 욕하면서 ‘새누리당은 저렇게 일사불란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게 우리 디엔에이다. 새누리당은 자기들끼리 싸우다가도 보스가 한 마디 하면 다 정리 된다. 그런 디엔에이로는 미래로 갈 수 없다. 이렇게 떠들고 공방을 벌여야 복잡한 세상에서 살 수 있다. 새누리당에선 숨이 막혀서 못 살 것 같다. 나는 하고 싶은 말 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는 세계를 원한다.” Q. ‘강서갑에 뼈를 묻겠다든지’와 같은 절박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A. “뼈 묻을 거다. 나도 절박하다. 애가 있어서 나는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한다. 나름대로 굉장히 희생했고 가족들도 힘들다. 대선 때는 큰 애가 고3이었다. 주변에서 ‘넌 안철수가 대학 보내줄 건데 뭘 고생하느냐’고 했다고 한다.” Q. 유권자들이 왜 금태섭을 찍어야 하는지 한마디로 설명해달라.
A. “나는 여기 나온 후보들 중에 내가 가장, 너무나, 훌륭하고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는 맞다고 생각하면 모든 걸 걸고 한다. 자신이 없으면 잘 못한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장 큰 변화를 갖고 올 수 있는 정치인이 나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을 비판하면서도 (새누리당보다는 조금이라도 낫기 때문에)망설임 없이 우리당을 찍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훌륭하고 기여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나를 찍어달라고 말 못했을 거다.” Q. 지역 주민 입장에선 ‘무엇 때문에 당신이 가장 훌륭하냐’고 물을 것 같다.
A. “이 지역의 문제가 뭔지는 다들 안다. 그 중에서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다. 그건 다 똑같다. 포장의 차이지. 나는 내가 가장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사람의 삶이 강서에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고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로도 결정되기 때문에 내년 대선이 정말 중요한 거다. 그 점에서 기여할 수 있다는 것도 내가 가장 좋은 후보라고 말하는 이유다.” Q. 여기도 야권 후보 단일화 이야기가 나오나.
A. “야당의 후보가 하나로 뭉쳐 새누리당을 이기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단일화를 해 후보가 한 명이 되면 새누리당을 이길 확률은 그만큼 늘어나는 거고.” Q. 그 후보가 금태섭이어야 하는가.
A. “당연한 거 아니겠나.”(웃음)
<비포 & 애프터>
“마땅히 입으로 승부를 보아야 할 직업인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대변인에서 정치인까지. 그는 말하기가 곧 직업인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본 금태섭은 말보다는 글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생각을 담는다는 점에서 말과 글은 동일하나 상대적으로 글은 자기 성찰에 더 능하다.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그의 입보다 과거의 글을 통해 유추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그는 계속 책임윤리를 이야기했다. “야당은 지난 몇 년간 질 때마다 ‘재보선은 원래 지는 거다’,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에 진 거다’라고 얘기해왔다. 왜 우리의 실책을 인정하면서 ‘우리가 원내 1당 되겠습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나? 무책임하다”라고 이야기하던 순간, 그는 제1야당이 가져야 할 책임윤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물론 책임윤리만으로 좋은 정치인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론을 이야기하느라 아예 포기한 덕목이라 책임윤리를 붙들고 있는 정치인이 외려 신선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그의 천성인 건지 아니면 정치 신인의 멋모른 만용인 건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겠지만.
그가 정치를 대하는 ‘태도’가 좋았다. 스스로의 책임감을 구성하고 지켜나가는 태도, 리더십을 대하는 태도, 조직을 대하는 태도 등. 그 태도만 기록해 하나의 자기계발서를 내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을 좀 했다. 물론 그것만으로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탁월한 정치인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탁월함과는 무관하며, 다만 좋은 정치인의 필요조건 정도가 되겠다. 결국 그 태도를 바탕으로 무엇을 이룰 것인가, 그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태섭은 좋은 전략가일지언정 아직 좋은 정치인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정리/유지영 alreadyblu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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