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등록 2021-12-11 08:59수정 2021-12-31 10:50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차 당내 경선 이후 첫 주일인 10월10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오전 11시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성경을 들고 예배에 참석하면서 “집에 성경이 몇 권 있다”며 “이 성경책은 김장환 목사님이 따로 사서 주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장환 목사가 누굽니까.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는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로 올해 87살인데, 지난해 별세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전광훈 목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극우’ 목사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윤석열 후보에게 ‘단체 안수기도’ 한 ‘극우’ 목사들

앞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인 조용기 목사가 별세하자 9월15일 윤석열 후보가 조 목사 빈소를 찾아 조문했는데요, 조문을 마친 윤 후보가 빈소를 지키던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김장환 목사,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오정호 대전 새로남교회 담임목사 등과 차례로 악수를 하며 인사하자 그 자리에서 김장환 목사가 윤 후보의 출신 국민학교가 기독교 사학인 대광초등학교임을 상기시키며 “대광” “대광”을 연호했습니다. 김 목사는 “윤 후보가 대광초등학교 시절 교회에 다녔는데, 그동안 외도하다가 지금 다시 하나님 앞에 붙잡혀왔다”고도 했습니다. 김 목사가 윤 후보의 어깨를 치면서 “하나님 믿어야 돼!”라고 말했고, 다른 목사들이 단체로 윤석열 후보 어깨에 손을 올린 채로 안수기도를 했습니다. 여기서 대표기도를 한 이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동생인 대전 새로남교회 오정호 목사입니다. 오 목사는 대표기도에서 “우리 윤석열 후보가 믿음의 가족 되기를 원한다”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주시며, 대통령 후보로서 모든 만남에 지혜와 명철을 주셔서 한국 교회를 위하여 귀하게 쓰임 받도록,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새롭게 하도록 주님 함께 해달라”고 했습니다. 김장환 목사는 기도가 끝나자마자 또 윤 후보의 어깨를 재차 강하게 두드리며 “하나님 믿어야 돼!”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윤석열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를 통해 천공스승이라는 도 닦는 이를 따르거나, 무속인들과 가까이해온 걸로 전해집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5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쓴 게 카메라에 잡혀 파문이 일지 않았습니까. 지난 8월엔 <주간조선>에서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오찬에 역술인이 동석했다고 보도한 적도 있지요. 어쨌든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주류 종교인들보다는 무속인이나 도사류의 사람들과 가까이 지낸 듯합니다. 아마 ‘왕’자 파동에 가장 놀랐던 이들은 윤석열 캠프의 국민의힘 의원들이었을 겁니다. 그들이야말로 윤석열 후보를 통해 잃어버린 정권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에 보수 후보라면 보수의 핵인 보수 기독교로부터 밉보이면 끝장이라고 생각했겠지요.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그래서 윤석열 후보를 설득해서 성경책을 끼고 여의도순복음교회를 가고, 11월21일엔 서초동 사랑의교회에도 성경을 끼고 가서 예배를 보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게 해서, 보수 기독교 목사들에게 ‘봐라, 윤석열 후보는 당신들을 배신할 사람이 아니다’, ‘보수 기독교와 윤석열 후보는 이제 생사를 함께 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지요.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윤석열 후보는 특정한 종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왔는데요. 굳이 종교적 성향을 따지자면 상당히 불교에 가까워 보입니다. 윤 후보의 외갓집이 강릉인데요. 강릉에서 어린 시절을 많이 보내서 강릉을 고향이라고도 하지요. 고시를 9수 만에 합격하기 전에 삼척 영은사라는 절에서 고시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거기서 만난 무정 스님이라는 역술인이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씨를 연결해줬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탄허 스님 제자에게 듣기로는 윤 후보의 외할머니가 탄허 스님 신도였다고 해요. 탄허 스님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주석했고 유불선에 통달했던 고승이셨죠. 윤 후보가 검찰총장을 사직하고 처음 간 곳이 강릉이었고, 외가 옆집에 살던 권성동 의원이 죽마고우라며 함께 거취를 논의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때도 외할머니 기일을 맞아 강릉에 갔다고 해요. 아마도 윤 후보의 삶에 외할머니가 크게 자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불교계에선 윤 후보를 불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후보 부부는 과거에 기독교에서는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이찬수 목사가 있는 분당우리교회에 적을 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국민의힘과 보수 개신교의 끈끈한 동맹

윤석열 후보가 보수 기독교와도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나온 기독교 사학 대광초등학교는 해방 공간에서 월남한 평양 사람들의 교회인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가 세운 학교입니다. 영락교회는 기독교가 독재정권과 결탁해 반공과 멸공의 전위부대가 되게 한 선봉장이었습니다. ‘제주 4·3 학살’을 비롯해 전국에서 빨갱이를 잡는다며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서북청년단의 뿌리가 영락교회 청년부입니다. 기독교와 극우와 연결고리의 핵심이 영락교회인데, 그 영락교회가 세운 대광초등학교를 윤 후보가 나왔고, 윤 후보가 여의도순복음교회로 조용기 목사 조문을 갔을 때 극우의 대부인 김장환 목사가 “당신 대광 출신 아니냐”고 한 것도 뿌리가 어디인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였을 겁니다. 그런데 대광은 대광중, 대광고도 있는데, 그곳 출신 중에 양심적이고, 진보적인 크리스찬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대광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보수나 극우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우리나라에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국민의힘은 극우 보수의 뿌리인 보수 개신교와 동맹을 우선 굳건히 한 가운데 다른 종교의 살을 붙여나가는 방향을 정한 듯합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가 지난 6일 출범했는데요. 선대위 조직도를 보면 종교 관련 조직이 두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총괄특보단 산하에 종교특보인데, 이채익 의원이 단장을 맡았습니다. 이채익 의원은 국회의원들 가운데도 대표적인 보수 개신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성소수자를 인정하게 되면 동성애뿐 아니라 근친상간, 소아성애, 시체 상간, 수간까지 비화할 것”이라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고, 차별금지법이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논리로 반대한 인물입니다.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또 하나는 직능총괄본부 산하에 이정화 목사를 ‘기독인 지원 본부장’으로 임명했어요. ‘불자 지원 본부’, ‘천주교 신자 지원 본부’는 없는데 오직 기독인지원본부만 두었습니다. 우선 보수 기독교를 확실한 우군으로 잡자는 전략을 확고히 한 것입니다.

대선후보들이 보수 개신교에 공들이는 이유

5년마다 하는 인구센서스는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못 해서 2015년 통계청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종교 인구 가운데, 종교별로는 개신교가 967만6000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19.7%지요. 국민 5명 중 1명은 개신교 교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어 불교가 761만9000명으로 15.5%입니다. 다음이 천주교로 389만명(7.9%) 순입니다. 1985년 인구센서스에서 종교 인구를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개신교가 2015년 불교를 추월해 불교계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어요.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그런데 정치권이 보는 것은 단순히 숫자만은 아닙니다. 불자들은 1년에 한두번 절에 가도 불자라고 하고, 천주교도 개신교에 비하면 냉담자도 많고 열성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반면 개신교 교인들은 상당수가 매주 교회에 나가고 십일조를 내고 그 충성도 면에서 다른 종교와 비교가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모임, 동창회, 향우회 등이 있지만, 종교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도 없고, 그중에서도 개신교 교회만큼 충성도가 강한 곳이 없으니 일단 개신교 교회 표심이 대선후보들의 일차적인 목표가 되기 마련입니다.

같은 개신교라고 해도 다 보수는 아닙니다. 1970~80년대 종로5가 기독교회관을 중심으로 진보 기독교인들은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진보 기독교인들은 우리나라 시민운동과 NGO에서 지금도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고, 소외자와 약자들 편에 서서 진보를 견인해왔습니다. ‘진보 목사’들이 이렇게 세상을 부둥켜안고 사회문제를 개선하고, 민주화·인권·통일 문제에 헌신하는 동안 보수 기독교는 일제 강점기 선교사들이 독립운동을 막고 현실회피와 정교분리를 주장했던 것처럼 이런 논리를 표방하면서 오직 ‘선교 제일주의’로 선교만을 강조하고, 신자를 불리고, 교회를 짓고 증축하고, 세를 불리는 데 치중해왔습니다. 또 북한이 워낙 후진적인 왕조국가로 남고 동구권이 붕괴되는 영향도 있지만, 교회도 더욱 보수화됐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처럼 예수를 믿으면, ‘영혼 축복’ ‘건강 축복’ ‘재산 축복’까지 함께 받는다는 세속적인 기독교가 득세하면서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짙어진 거죠. 진보와 보수의 비율만을 본다면 목사들은 4 대 6이나 3 대 7로 진보가 열세여도 일방적인 수준은 아닌데, 신자가 수십만씩 되는 대형교회들이 주로 보수 교회이기 때문에 신자들의 비율로 보면 2 대 8 정도로 보수적인 신자들이 훨씬 많습니다. 대형 교회에 다닌다고 그 신자들이 모두 보수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단 외형적인 형세는 그렇습니다.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보수 개신교가 지금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게 차별금지법 반대인데요, 보수 개신교가 과거엔 반공을 앞세워 똘똘 뭉쳤다면 지금은 반동성애, 반차별금지법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보수의 정체성을 수호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유엔까지 권고할 정도로 반드시 해야 하고, 결국 될 수 밖에 없고, 전국민의 70% 이상이 제정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수 기독교의 반대로 여당이 180석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도 이것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역사의 죄인’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보수 기독교를 정치인들이 의식하고 있는 것이지요. 보수 기독교가 ‘만약 우리 말을 듣지 않으면 선거 때 보자’는 식으로 압박하기 때문입니다. 대선후보나 국회의원들이 표만큼 무서워하는 게 있습니까. 그러니 진보 후보인 이재명 후보조차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만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교회가 무너진다’는 식으로 세뇌된 보수 기독교인들의 표를 이재명 후보도 의식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선 때마다 고개 드는 종교계의 ‘권력바라기’들

대선주자들만 종교계를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계에서도 대선 때가 되면 줄을 대는 종교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권력바라기’들이야 어디에나 있지만 종교계에도 적지 않습니다. 이승만 정권 이후 일제가 쫓겨가면서 남긴 적산가옥들을 불하받아 서울에 자리를 잡은 이후 정권의 특혜를 받아온 목사들이 그 권력을 붙들기 위해 집요합니다. 그 대표적인 게 대선주자들을 불러 일찍부터 기독교에 대한 ‘충성 맹세’를 받는 ‘국가 조찬 기도회’입니다. 지난 2일에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제53회 국가 조찬 기도회’가 열렸죠.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성경에서 가르친 대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지난해 돌아가신 제 어머니도 권사셨고 아내도 어렸을 적부터 교회 반주를 했을 정도로 독실한 성도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님의 은혜와 인도로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며 “사랑 넘치고 은혜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했죠.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서 부인 김건희씨가 어려서 교회를 다녀, 구약성경을 줄줄 왼다고 자랑했던 윤석열 후보도 “간절한 기도가 응답 받아 단비 같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내리길 소망한다”며 “기도회 주제대로 공의와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이므로 공정과 상식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요. 한마디로 국가조찬기도회는 대선주자들을 개신교에 줄을 세우는 행사인 셈입니다.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실제 득표에 도움 될지는 미지수

대선후보들은 우선 결집력이 강한 보수 개신교 표를 가장 신경쓰는데요. 그것이 실제 당선에 도움이 될까요? 그것은 미지수입니다. 목소리 큰 소수 목사들이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개신교 신자 수를 과시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과연 신자들이 모두 그들을 따른다고 하는 건 착각이라고 봅니다.

특히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요. 한국에서 개신교인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반개신교 정서가 무시 못 할 정도로 강하다는 점입니다. 한국갤럽이 1984~2021년 해마다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한국인의 종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 성인 가운데 종교 인구가 2004년 54%에서 2021년엔 40%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니까 표를 가진 성인 60%는 종교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들 비종교인이 호감을 갖는 종교를 보면 불교가 20%입니다. 이어 천주교가 13%고요. 개신교에 대해 호감을 가진 비종교인은 6%에 불과합니다. 가량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전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는데, 보수 개신교가 저렇게 국민적 정서와 달리 반대하니, 반기독교 정서는 더욱 커져만 가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보면, 교회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자가 나왔다는 기사에 대해 누리꾼들의 반기독교 정서가 얼마나 거센지 저도 볼 때마다 놀랄 정도입니다. 따라서 대선주자들이 집토끼를 잡기 위해 보수 개신교 눈치만 살피다가는 개신교보다 4배나 많은 다른 종교와 비종교인들이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것이 대선주자들로선 딜레마가 되겠지요.

더구나 윤석열 후보가 찾아간 대형교회들은 신자는 많지만, 그와 반대로 부정적인 이미지도 강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설립한 조용기 목사는 당회장직에서 물러나고도 막후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교회를 사유화해 장로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했고, 장로 29명이 조 목사가 당회장 시절 교회 돈을 빼돌려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주식 투자에 수백억원을 사용하게 했다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결국 교회에 13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조 목사는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또 윤 후보가 찾은 서초동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서초동에 엄청난 교회 건물을 지으면서 공용도로를 불법으로 점용해 법원에서 도로 점용 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원상 회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학력 위조와 논문 표절 논란도 빚었습니다. 윤 후보가 그런 인물들을 찾아다니니, 그 교회 신자들은 좋아할 수 있겠지만 다른 국민들은 좋아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가톨릭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배경

개신교가 수백개의 교파가 난립해 있고 교파와 교회마다 다양한 색깔이 있는 반면, 가톨릭은 군대조직처럼 단일화돼 있지요. 로마 교황청을 중심으로 전세계 가톨릭 교회들이 단일한 체제로 되어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은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중심으로 민주화와 인권에 큰 기여를 했고, 한국에선 가톨릭 성직자들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사제와 수도자들의 상당수는 진보적입니다. 그러나 신자들은 다릅니다. 가톨릭 자체가 개신교에 비해 보수성이 있고, 신자들도 보수적인 신자들이 많습니다. 더구나 개신교 교회만큼 사제들의 강론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쉽게 드러내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하지만 가톨릭도 권력에 상당히 민감하지요. 김수환 추기경이 명동대성당에서 민주화운동에 기여했고 박정희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대주교와 추기경이 대통령을 만나고 나면 가톨릭대학과 종합병원 허가가 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장면 총리,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가톨릭 신자입니다. 문 대통령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 게 한국 가톨릭입니다. 진보적인 사제와 수도자들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지만, 가톨릭 신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 후보로 쏠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대선후보들이 개신교와 달리 가톨릭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선후보와 캠프에서 이번에 서울대교구장이 된 정순택 대주교와 전임 염수정 추기경, 대주교, 주교, 명망 있는 사제들을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다니면서 가톨릭 신자들의 호감을 사려고 할 겁니다.

권력의 향배에 민감한 조계종 실세들

예전엔 중앙의 독재권력만큼 지방의 토호세력들이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꼽혔는데요, 민주화가 많이 되었지만 지방에선 여전히 토호세력과 같은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들이 종교인들입니다. 지방 검찰의 지검장이나 지청장, 검사, 판사, 경찰청장, 시장, 군수들이 고찰에 가서 차 대접이나 식사 대접을 받으며 유대를 쌓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국회의원들과도 각별하지요. 그래서 고찰들이 문화재 보수비나 건축비 등의 명목으로 국고와 지방비를 많이 타내는데, 총무원에서 일괄적으로 교통정리를 해서 예산을 신청하는 게 아니라 지역구 의원들을 통해 각개격파를 해서 중구난방으로 예산 신청이 들어오니 정부 예산 당국이 굉장히 힘들어 합니다.

권력과 스님들의 결탁으로 범죄도 제대로 처벌이 안 됩니다. 사회에선 도박이 얼마나 무겁게 처벌됩니까. 하지만 권력의 봐주기로 절은 치외법권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불국사의 실권자인 종상 스님 등이 불국사에서 도박판을 벌이고 해외 원정도박까지 했다는 고발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수사가 유야무야되고 있습니다. 또 법주사에서 도박판이 벌어졌고, 주지 스님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까지 불거졌는데도, 청주지검과 보은경찰서, 충북경찰청이 핑퐁게임을 하면서 아직까지 기소조차 안 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살 수 있는데요, 조계종 최고 실세인 자승 스님도 총무원장 재직 당시 종단의 생수 사업에 관여해 판매 로열티 5억원을 자신과 관련 있는 정이라는 곳에 지급하도록 해 종단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자승 스님의 배임 혐의를 입증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렸습니다.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논썰] 대선주자와 종교의 위험한 만남
검찰권력, 종교권력, 정치권력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그런 때문인지 제대로 수사나 기소가 되지 않은 경우가 한두건이 아닙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사건이 있기 때문에 조계종 실세들은 권력의 향배에 아주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신교는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로 목사들의 성향이 뚜렷이 갈리지만, 불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불교계 실세들은 성향과 상관없이 권력을 따라가는 경향이 짙습니다. 조계종의 최고 실세로 총무원장을 ‘바지’원장으로 만들고 상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자승 스님 같은 경우는 측근이 문재인 정부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이재명 캠프에 들어가 있습니다. 또 다른 측근은 국민의힘 공천을 받도록 돕기도하고, 지금은 캠프 해당 분과에서 상황실장을 맡았어요. 정권이 어디로 갈지 모르니 양쪽에 다 선을 대고 있는 것이죠.

여권에 등돌리는 조계종, 왜?

문재인 정부의 권력이 강할 때는 문재인 정부와 긴밀한 끈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정권 말기가 되니까 돌변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염수정 추기경의 제안으로 정부가 지원해 ‘12월은 캐롤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 캠페인을 벌여 전국에 캐롤송이 울려퍼지게 하는것에 대해서도 조계종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매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조계사에서 펼치던 성탄트리점등식도 올해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 조계사 일주문에 가면 ‘정청래 의원은 사퇴하라’는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10월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가야산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습니다. 그러자 총무원이 정청래 의원 사퇴를 외쳤어요. 민주당의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가 대신 사과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50일 만인 지난달 25일 정청래 의원이 조계사를 직접 찾았으나,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면담을 거부하고 조계사 일주문에 ‘정청래 의원은 사퇴하라’는 펼침막을 내걸었죠. 조계종 종회는 정 의원 발언에 대한 총무원 집행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타했고 총무부장 금곡 스님이 최근 직책을 사퇴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정부에서 조계종을 무마하려고 문화재 관람료 180억을 국고에서 지원해주겠다고 해도, “우리가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아느냐”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가톨릭 편향이어서 불교가 소외됐다는 반발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예전에 김수환 추기경, 강원룡 목사, 송월주 스님 같은 분들이 각 종교계의 지도자로 있을 때는 서로 자주 만나기도 하고 말이 통했어요. 그러나 정진석, 염수정 추기경 시절부터는 다른 종교계 눈치 안 보고 제 논에 물 데기 바빴습니다. 대표적인 게 서울역 옆 서소문공원, 서울시민이 누려야 할 시민공원을 문재인 정부 때 국고를 들여 사실상 성당으로 만들어버렸어요. 서소문공원은 <홍길동전>의 허균과 ‘홍경래의 난’ 가담자들,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주도자들,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들이 참수되거나 효수된 곳이니, 가톨릭 순교자들만 있는 곳도 아닌데 가톨릭 성지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용산의 당고개 성지의 신계공원도 한가운데를 사실상 성당으로 만들어 공원 한가운데 마당에 담을 쳐놓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수도 없게 해놓았습니다. 또 수원교구와 경기도 광주시가 천진암과 남한산성 등 121㎞를 연결하는 ‘천주교 성지 순례길’을 만든다고 하니 불교계에서 분개했죠. 실은 천진암은 천주학을 공부하던 사람들이 조선 왕조에 핍박을 당하고 쫓겨온 것을 숨겨주었다가 잡혀서 스님들까지 죽음을 당한 곳입니다. 종교 간 화해의 상징인데 천주교가 그 은혜도 모르고 자기들 성지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 불교계의 주장입니다. 또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스님들이 노역을 해 산성을 쌓은 공로는 다 어디로 가고, 그런 곳들을 전부 가톨릭 성지길로 만든다니까 분노를 하는 것이죠. 또 정부 예산을 배정할 때도 기획재정부 예산 관련 핵심 고위 간부 2명 모두 가톨릭 신자여서 불교와 다른 종교를 소외시키고 가톨릭에 예산을 많이 배정해준다면서 불교계가 상당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불교계가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이런 친가톨릭에 대한 반발이긴 한데요. 하지만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력과의 끈을 끊고 새로운 권력과 유대를 맺기 위한 과정으로도 보입니다. 조계종의 최고 실세는 자승 스님인데, 이번에 정청래 의원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을 이유로 총무부장 금곡 스님을 사실상 날려버렸습니다. 금곡 스님은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각별했던 스님이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가깝지요.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는데, 윤석열 후보가 뜨니까, 친여권 인사를 날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역전을 하게 되면 다시 친여권 스님들을 기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든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든 ‘대통령이 된 사람이 내 편’이라는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종교계 권력자들이 대선주자들과 줄을 대려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보호장치가 필요하거나 자신들이 연루된 비리 수사에 대한 방패막이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선주자들과 종교계 권력자들의 부적절한 만남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권력을 탐하는 종교 권력자들의 뜻대로 신자들이 부화뇌동할 것이라고 믿는 것도 대선주자들의 착각일 가능성이 큽니다. 맹목적인 일부 신자들은 종교계 권력자들의 뜻을 따를지 모르지만, 다수의 민도는 그런 종교 권력자들의 의도를 간파할 만큼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소수 종교 권력자들의 선동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대선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국민들이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할 때입니다.

기획·출연 조현 종교 전문기자 ch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PD

도움 채반석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외신도 ‘윤석열 구속기소’ 긴급 보도…“한국 최악 정치 위기 촉발” 1.

외신도 ‘윤석열 구속기소’ 긴급 보도…“한국 최악 정치 위기 촉발”

‘윤석열 친구’ 선관위 사무총장도 ‘부정 선거론’ 반박했다 2.

‘윤석열 친구’ 선관위 사무총장도 ‘부정 선거론’ 반박했다

“새해 벌 많이 받으세요”…국힘 외면하는 설 민심 3.

“새해 벌 많이 받으세요”…국힘 외면하는 설 민심

이재명 vs 국힘 대선주자 초박빙…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판세, 왜 4.

이재명 vs 국힘 대선주자 초박빙…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판세, 왜

윤석열 구속기소에 대통령실 “너무도 야속하고 안타깝다” 5.

윤석열 구속기소에 대통령실 “너무도 야속하고 안타깝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