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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대선 70여일 앞두고 ‘박근혜 사면’…여야, 변수 속 여파에 ‘촉각’

등록 2021-12-24 18:03수정 2021-12-24 22:3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4일 단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촛불민심의 반발을 우려하면서도 국민통합 메시지에 기대를 걸었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에서 제외하며 ‘갈라치기, 이간계’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민주당, 촛불 지지층 반발 우려…국민통합 ‘긍정 효과’ 기대

전직 대통령 사면을 반대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선 당과 사전 협의 없이 사면이 이뤄졌다며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대선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된다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후보가 사면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사죄’를 요구한 것은 정치적 현실은 인정하지만 자신이 주장해온 ‘사면 반대’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통해 문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나흘 전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사과와 잘못에 대해 인정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은데 시기상조”라며 전직 대통령 사면을 반대했다. 이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미 결정난 사안에 대해 찬반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사면복권은 형사사법적인 문제이고 국민 판단과 역사적 판단은 그와 무관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고령이고 건강이 안좋으니까 풀어줘야 한다고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다른 나이든 사람들과의 공정성에서 어긋난다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독자적 결단으로 이 후보나 민주당과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대선을 고려한 여권의 공작으로 몰아가는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면 효과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반응을 내놨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면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촛불 지지층이 반발할 수도 있고 국민 통합 차원에서 결자해지한 것은 좋은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에 동정심을 가졌던 ‘보수적 중도층’을 포용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선대위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특정 지지세력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 국민 통합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는 이미지를 준다는 측면에서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MB 제외 이간계” 반발…박근혜 수사한 윤석열 환기될까 촉각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환영하면서도 이번 사면이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보수 지지층 갈라치기’라는 반발도 나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4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라며 “건강이 좀 안 좋으시다는 말씀 들었는데 빨리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면은 잘된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용단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면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속내는 다소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면 결정이 과거 국정농단 등의 부정적 기억을 다시 호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한 이준석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기자들을 만나 “당 대표로서 국정농단 사건 당시 당이 충분히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한 뒤 “윤석열 대선 후보를 통해 만드는 차기 정부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넘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정치적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 역시 국정농단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과거와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를 불허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제가 불허한 것이 아니고 형집행정지 위원회 의사들이 사유가 안 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복당 여부에 대해서는 “건강 먼저 회복하시는 게 우선 아니겠나.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김종인 위원장은 사면과 대선 관련성을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는 큰 영향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지금 정권 교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입장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에 윤 후보에게 방해가 된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보수 지지층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며 “반간계로 야당 후보를 선택케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 다만 거기에 놀아나는 우리가 안타깝다”고 적었다. 옛 친이계로 분류되는 권성동 사무총장은 “두 전직 대통령 모두 고령이고 병환 중인데 한 분만 했다. 야권 분열을 노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며 “(나중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만 (사면)했을 경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남겨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송채경화 서영지 장나래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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