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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무산에 ‘장외 진실공방’

등록 2022-02-21 11:57수정 2022-02-21 20:54

후보간 통화-실무협의 놓고
서로 다른 해석 ‘책임 떠넘기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0일 방송광고 촬영을 위해 서울 중구 한 방송사에서 분장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방송 광고 촬영과 토론 준비에 들어갔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0일 방송광고 촬영을 위해 서울 중구 한 방송사에서 분장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방송 광고 촬영과 토론 준비에 들어갔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21일 야권 후보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전날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의 전화통화 내용과 실무협의 여부와 내용 등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단일화 무산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양쪽 모두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진 않고 있다.

■ 후보간 전화통화에서 무슨 얘기 오갔나

이날 양 쪽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후보는 전날 오전 9시30분께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후보는 바로 받지 않았고, 30분 뒤 윤 후보에게 회신 전화를 걸었다. 당시 통화에서 윤 후보는 “후보 간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제안했고, 안 후보는 “담당자를 정해서 만나자”고 했다고 한다. 이에 윤 후보가 실무자를 정해달라고 요청했고, 안 후보와 다시 연락하기로 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결렬 기자회견이 열렸다는게 국민의힘 쪽의 주장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화 이후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갑자기 잡혔다길래 무슨 회견인가 궁금했는데 갑자기 (단일화가) 결렬됐다고 해서 다들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윤 후보가 통화 내용을 잘 못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윤 후보가 (통화에서) ‘후보 간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을 했고 그 부분에 대해 안 후보가 ‘그 전에 제가 제안했던 내용에 대해 먼저 입장 표명이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며 “윤 후보가 다시 거듭해서 ‘후보끼리 만나서 대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안 후보가 ‘그 전에 실무자들끼리 만나서 큰 방향을 정하고 그다음에 후보 간에 만났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그것을 아마 윤 후보가 ‘실무자 논의를 하자’ 이렇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기자회견이 갑작스레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이미 윤 후보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용을 알렸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통화가 끝난 뒤 안 후보는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났고 저는 완주 의지를 다지는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라는 취지의 문자를 윤 후보에 드린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통화 직후 보낸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윤 후보님, 저의 야권 단일화 제안 이후 일주일 동안 오랜 기다림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답변을 기다리거나 실무자 간 대화를 지금 시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잠시 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 저의 길을 굳건히 가겠다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윤 후보는 입당 때 전화번호가 공개된 이후 문자 메시지가 쏟아져 안 후보의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20일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합의문 공방…단일화 불씨는 계속

단일화 논의를 위한 물밑 접촉을 두고도 양당은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단일화와 관련된 물밑에서 진행된 사항은 없다”며 “물밑에서 진행됐던 것은 국민의힘 관계자발로 ‘논의가 있었다’는 모종의 그런 가짜뉴스가 있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물밑 협상에서 ‘초안’까지 주고받았는데 결렬돼 황당하다고 맞섰다. 자신이 물밑 협상 당사자라고 밝힌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 쪽의 굉장히 훌륭하시고 권위가 있는 원로 한 분하고 의견이 오고 갔다. 여러 가지 충분히 협의를 했고 초안까지 서로 주고받았다”며 “초안을 비롯해 간단한 부분들까지 다 (안 후보에게) 보고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성 의원은 또한 “라인이 저뿐 아니라 여러 채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안 후보 쪽과 5~6개 채널이 가동됐다고 전했다.

성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합의문 초안은 ‘대국민 선언’ 형태로 작성됐다. 왜 우리가 단일화를 해야하는지 대의 명분을 충분히 담는 차원의 내용이었고, 책임총리나 연립정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무허가 초안”이라고 일축하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사람이 노력한 것은 맞지만, 초안은 후보와 협의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든 계속해서 해나가겠다. 정권교체는 다른 어떤 것에 우선하는 대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일단 대외적으로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진정성’을 강조했다. 최진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앞에 있는 문제들을 제거하고 진정성을 표현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며 전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당 유세차 운전하시는 분들은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고 언급한 것을 지목했다. 그는 “공당 대표의 입에서 나올 정도로 우리 정치는 이 정도까지 됐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양 쪽의 협상이 진실 공방과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당분간 냉각기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향후 두 후보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다시 야권 단일화 논의가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 판세가 혼전을 거듭할 경우 야권 단일화가 전체 구도를 좌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결렬을 선언하고 바로 물밑 협상에 들어갈 순 없지 않겠나”라며 “이번 주말 정도에 다시 안 후보 쪽 의중을 파악하는 등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낮아보이지만, 단일화에 진정성을 보인다면 대화는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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