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 예방에 앞서 유영하 변호사와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12일 회동의 최대 수혜자는 유영하 변호사다.’
20대 대선 이후 한 달 여 만에 성사된 윤 당선자와 박 전 대통령의 첫 회동에 박 전 대통령 쪽 배석자로 유 변호사가 나오자, 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말이 나왔다. 6·1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유 변호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이 공개 지지 영상을 띄워준 데 이어, 윤 당선자와의 회동에도 배석시키면서 ‘박심’이 어디에 실려있는지 확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 등 대구시장 선거 출마자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박심이 이번 선거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이날 회동 시작부터 끝까지 박 전 대통령의 손과 발, 입을 대신하는 역할을 전담했다. 대선 이후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함께 회동 일정을 물밑에서 조율한 데 이어, 이날 사저 입구에 나가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윤 당선자를 직접 맞이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회동 내내 박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킨 그는 윤 당선자에게 “건강 잘 챙기면 좋겠다”고 했다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을 기자들에게 전하며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았다.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 변호사에게 ‘내 사람’이란 도장을 확실히 찍어주며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유 변호사 지원에 나선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유 변호사는 지난 9~10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대구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대구시장 적합도’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 17.5%의 지지를 받아, 당내 경선에 나선 홍준표 의원(35.9%)과 김재원 전 의원(19.8%) 등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 변호사가 ‘박심’을 확실히 등에 업고 2위인 김 전 의원과 단일화에 나설 경우, 선거 판세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등 당내 경선 경쟁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 것 등을 들어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박심’이 선거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이 개설한 청년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윤 당선자와 박 전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 “그 회동은 검사 시절 악연 정리 차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변호사를 배석시켜 ‘사저 정치’를 재개한 건 아니라는 취지다. 그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꼭 그렇게 모셔야 한다면 (대구시장 출마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비서관이 돼서 모시는 게 맞다”며 유 변호사에게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당선자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만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와 함께 더 큰 대구 만들겠다”는 말만 올렸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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