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새 정부 통일·외교 수장으로 4선 중진인 권영세·박진 의원을 각각 낙점했다. 정치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실세 정치인들을 기용하면서, 윤 당선자의 ‘국익 원칙 중시 외교·대북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는 13일 2차 내각 발표 기자회견에서 권 후보자를 지명하며 “통일·외교 분야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원칙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로 진정한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16·17·18·21대 의원을 지낸 4선 중진 의원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주중대사와 18대 국회 정보위원장 등의 경험을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16·17·18·21대 국회의원을 지낸 4선 현역인 박진 의원은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다. 윤 당선자는 박 후보자에 대해 “외교관 출신 4선 의원으로, 국회 외교통상위원장, 한영협회와 한미협회 회장을 역임한 분”이라며 “외교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교착상태에 빠진 우리 외교를 정상화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최근 윤 당선자의 한-미 정책협의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조야 인사들과 접촉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귀국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통일·외교 부처 장관에 현역 정치인을 동시에 발탁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자의 외교·안보 정책에 충실히 발을 맞추면서도 전문성을 발휘해 정책 추진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게 내부 평가다.
특히 한-미 동맹을 강조했던 윤 당선자가 대표적인 ‘미국통’인 박 의원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한-미 동맹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이날 외교부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북한의 도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경제안보 현안,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등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외교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라며 “그 어느 때보다 외교의 중요성이 높은 엄중한 시기이기에 더욱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통일부 장관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 권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도 그렇고 미사일 도발도 이어지고 있고, 대화는 단절돼 있고 환경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는 원칙에 근거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구체적 사안에서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북 문제, 특히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는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권 의원이 주중대사나 정보위원장 경험을 통해 대북 정보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는 점 등이 대북 문제 해결을 할 때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