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정의당 표와 이은주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의당에 이번 지방선거는 존재감이 아닌 역부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계기였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는 없었고 기초단체장 당선자는 전무했으며, 광역·기초 의회 당선자 수는 4년 전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원외 정당인 진보당의 선전과 비교되는 참담한 결과였다.
이정미 전 대표가 인천시장, 여영국 대표가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이들의 득표는 각각 3.17%, 4.01%에 그쳤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의 득표율은 1.21%였다. 정의당의 부진은 정당명부 투표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투표에서 정의당은 4년 전엔 9.69%를 득표해 비례대표 1명이 서울시의회에 입성했지만, 이번에는 4.01%로 반토막이 났다. 호남 지역에서도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2당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이번엔 국민의힘에 자리를 빼앗겼다. 광주광역시 비례대표 투표에서 국민의힘은 14.11%를 얻어 9.46%를 득표한 정의당을 앞질렀다. 전남·전북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정의당은 7~8% 득표에 그쳐 두 자릿수 득표를 기록한 국민의힘에 뒤졌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왼쪽)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 행사를 마친 뒤 장혜영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의당 대표단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공동취재사진
정의당의 광역·기초 의원 당선자는 8명에 그쳤다. 37명이 당선됐던 4년 전과 비교해 초라한 결과다. 기초단체장 후보로 9명이 출마했지만 당선자는 없었다. 정의당이 극심한 부진을 보인 반면 원외 진보정당인 진보당은 크게 약진했다. 진보당은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김종훈 후보가 승리했고 광역·기초 의회 선거에서도 20명이 당선됐다.
정의당은 국회의원 6명을 보유한 원내 3당이지만, 올해 대선 참패에 이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대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차별화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선거에 임박해 당내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는 등 악재만 쌓인 결과로 풀이된다.
정의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여영국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들께서 너무나 냉정한 판단과 엄중한 경고를 보내신 것에 대해 겸허하게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성찰하고 쇄신하는 마음으로 사퇴 결정을 했다”며 “지방선거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밤낮없이 뛰어준 191분의 후보자들과 함께했던 당원들께 큰 힘이 되지 못해서 너무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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