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해 의원실에 명패를 달고 있다. 안 의원이 국회로 돌아온 건, 19대 대선 출마를 앞두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지 5년 여 만이다. 공동취재사진
지방선거 승리 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간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의원이 7일 국민의힘 소속으로 국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올해 대선을 거치면서 ‘이준석-윤핵관-안철수’ 3자간 견제와 갈등이 지속됐지만 향후 합종연횡을 통해 여당의 세력구도가 새롭게 재편될지 주목된다.
6·1 보궐선거 당선으로 3선 중진이 된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는 우리 국민의힘의 신입 멤버”라며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의원들과의 만남은) 당권 관련이거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당내에선 안 의원의 당권 도전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준석 대표의 임기는 아직 1년이 남았지만 오는 24일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등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논의가 예정돼있어 전당대회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안 의원의 등판으로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친윤석열계’(친윤) 핵심인 정진석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행과 혁신위원회 설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이날은 이 대표 쪽이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 측근인 천하람 혁신위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 때는 이 대표의 이슈 주도권이 도움이 되니까 쪽쪽 빨아먹다가 선거 끝나고 나서는 ‘자기 정치하는 거 아니냐’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태도”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의 ‘구원 관계’도 여전하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안철수 의원의 보궐선거 출마 소식에 “꽃가마는 없다”며 전략공천 가능성을 일축했고, 안 의원은 지난 5일 “혁신이 선거제도나 공천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혁신위 출범을 견제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출근 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인수위 백서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과 ‘정치적 파트너’임을 과시한 행보로 읽히지만, 당의 최대주주인 친윤석열 세력이 안 의원과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당권을 위해 일찌감치 달려온 김기현 의원이 ‘친윤 주자’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핵관 중 당권주자를 못 내면 다른 누구를 지지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며 “그게 안철수 의원이 될 수도 있고 김기현 의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으로서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해 ‘당내 세력화’가 시급하지만, 당장 이 대표와 ‘윤핵관’ 어느 쪽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 이후 대선 승리 직후에는 안철수 의원이 당권을 잡을 거란 얘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다른 당 출신이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휘두르게끔 하겠느냐는 부분을 고려했을 때 (당권 경쟁에서) 안 의원이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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