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8일 선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2년 뒤 총선에서, 4년 뒤 지선에서, 5년 후 대선에서, 오늘 전당대회는 승리의 진군을 시작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개헌 등으로 일정이 바뀌지 않는 한 21대 대통령 선거는 2027년 3월3일에 한다. 4년6개월 남짓 남았다. 지금부터 2027년 3월3일까지 이재명 대표 앞에는 수많은 장애물과 갈림길이 놓여 있다. 복잡하고 위험하다.
일단 전국 선거만 두개다. 이재명 대표는 ‘이기는 민주당’을 명분으로 대표가 됐다. ‘이기는 민주당’을 실천하려면 총선과 지방선거를 다 이겨야 한다.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대선이다. 두가지 질문이 가능하다.
첫째, 이재명 대표가 다음에도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4년 반은 긴 시간이다. 지금은 이재명 대표가 절대 강자지만 야당 내부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얼마든지 출현할 수 있다. 여야 모두 세대교체 태풍이 불 수도 있다. 2027년이면 이재명 대표는 63살이다. 적지 않은 나이다.
둘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21대 대통령 당선, 민주당 정권 탈환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역시 알 수 없다. 국민의힘이 가만히 앉아서 정권을 내줄 리 없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재명 대표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재명 대표가 가진 강점과 약점, 이재명 대표가 처한 기회와 위기 요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의원들의 견해는 대체로 일치했다.
이재명 대표의 최대 강점은 권력 의지라고 했다. 권력 의지는 대선주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지난 대선의 성적표도 강점이다. 이재명 대표가 받은 1600만표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유권자는 어떤 이유로든 자신이 한번 찍었던 정치인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다시 찍을 명분을 줘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최대 약점은 이른바 ‘사법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김혜경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선거캠프 사용 의혹 등을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이다. 더 있을 수 있다.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검찰과 충성심을 입증해야 하는 경찰이 이재명 대표를 무너뜨리려고 달려들 것이다. 사법 리스크는 이재명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측근들이 연루돼도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최대 기회 요인은 여권의 무능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야당 복이 있는 것인지, 민주당에 여당 복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후자로 판가름 나는 것 같다.
위협 요인은 두가지다.
첫째, 열성 지지층이다. 열성 지지층에게 지나치게 둘러싸이면 역설적으로 지지 기반 확대가 어렵다. 최근 열성 지지자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내고 이재명 대통령을 세우자”는 사람들이 있다. 위험한 주장이다.
반면교사가 있다. 2004년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소추했다. 다음 대선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결과는 탄핵 역풍으로 인한 총선 참패였다. 한나라당은 그때 문을 닫을 뻔했다.
둘째, 비호감층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이 싫다’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가 꽤 있었다. 지금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 지수가 높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을 싫어하는 중도층과 보수층 유권자들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만만치 않은 과제다.
성한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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