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서해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해경)이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다’던 기존의 판단을 뒤집은 뉴스를 보고 “못 참아서” 감사 착수를 당일 건의했다고 11일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해경의 월북 번복 발표를 보고 본인 스스로 감사를 결심했느냐”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제가 그런 거 못 참는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또 “감사 착수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의에 “오밤중에 (지시할) 사람도 없고, 제 스타일이 빨리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감사원은 지난 6월17일 서해 사건 감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해경이 2020년 9월 피격된 이대준씨의 사망 사건을 두고 ‘월북 시도가 있었다’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판단을 스스로 뒤집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유 사무총장은 이 사건 감사 착수 배경을 묻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오전 4시에 깨서 뉴스를 봤고, 6시까지 (직원들의) 잠을 깨울까 봐 참았다가 오전 8시에 참모회의를 소집했다. 해경청장이 월북이 아니라는 황당 브리핑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른 새벽에 깨서 <연합뉴스티브이> 채널을 틀었다가 그 전날의 해경 기자회견 소식을 접했고, “사람 목숨을 갖고 공직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급히 회의를 소집해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감사 착수를 건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유 사무총장은 ‘감사원 이외의 사람들과 상의는 안 했느냐’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 질문에 “그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최재해 감사원장도 “사무총장이 그런(감사 착수) 생각을 갖고 참모회의를 소집했고, 참모들도 동의해서 (감사 착수에 대한) 건의가 왔다”며 “감사를 할 만하다고 해서 감사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라며 거들었다.
이에 민주당은 “하루 만에 티브이 보고 결정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김남국 의원은 “티브이 보고 분노해서 감사 착수했다고 하는데 시스템 자체가 말이 안된다. 사건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분노로 결정하느냐”고 따졌다. 기동민 의원은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의 기분에 따라 감사가 좌우되는 거 같아 위태롭다”고 꼬집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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